SK지오센트릭이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재활용 플라스틱 단지인 울산 ARC(첨단 재활용 단지) 공사에 들어갔다. 2026년 완공되면 전국 각지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곳에서 새 제품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단지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이미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연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물량을 선주문받았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ARC를 중심으로 재활용 화학사업의 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울산에 세계 최대 재활용 단지
15일 울산 ARC 착공식엔 한덕수 국무총리, 김두겸 울산시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등 관계자 25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축사에서 “순환경제는 새로운 경제질서이고, 플라스틱은 순환경제 전환의 핵심 가운데 하나”라며 “정부는 탈(脫)플라스틱 사회의 기반을 구축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울산 ARC는 SK이노베이션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들어선다. 단지 구축엔 총 1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단지가 완공되면 매년 폐플라스틱 32만t을 이곳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 매년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9%에 달하는 물량이다. 그동안 오염되지 않은 플라스틱만 기계적으로 재활용했지만, 이 단지에선 오염된 플라스틱은 물론 섬유·원사까지 기존 플라스틱과 동일한 품질로 재활용할 수 있다.
나 사장은 “공장이 완전 가동되는 시점 기준으로 매출은 7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은 2500억~3000억원을 올릴 것”이라며 “공급 부족에 따라 오랜 기간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 영업이익률은 40% 안팎으로 보고 있다.
○공사 시작 전부터 주문 쏟아져
로레알, 에비앙 등 글로벌 뷰티·식음료(F&B)·의류 브랜드들은 이미 여기서 생산된 플라스틱을 쓰겠다고 앞다퉈 주문을 넣은 상태다. 이들이 ‘입도선매’한 주문량은 연간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가격도 기존 공정의 제품보다 두세 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나 사장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장”이라며 “맥킨지가 글로벌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를 2050년 600조원으로 내다봤지만 내부에선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재생 원료를 30% 이상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등 각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고품질 제품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일단 선계약 물량을 생산량의 70%로 제한했다. 향후 제품 값이 뛸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화학산업 르네상스 이끌겠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ARC를 기반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분야에서 ‘기술적 해자’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가 합작한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영국 플라스틱에너지 등은 각각 해중합 재활용 기술,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열분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를 절감하고,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제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SK지오센트릭은 유럽, 중국, 아시아 등에도 재활용 플라스틱 단지를 짓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프랑스에선 현지 기업 두 곳과 4억5000만유로를 투자해 연 7만t 규모의 공장을 2027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나 사장은 “국내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