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EX, TIGER보다 더 좋은 이름을 찾아라.”
자산운용업계에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ETF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자산운용 KODEX(40.6%)와 미래에셋자산운용(36.8%) TIGER에 맞서기 위해 후발 업체들이 대표 상품의 간판까지 바꾸려는 것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 6일 ‘ETF의 새로운 이름 찾기’ 사내 공모전을 시작했다. 총 세 개의 아이디어를 선정해 각 1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어떻게 선정하고, 언제부터 바꿀지 등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으로 둔 채 내부 논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의 ETF 브랜드명은 ‘KBSTAR’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KODEX와 TIGER에 비해 길고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조금 더 강한 느낌의 브랜드명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TF업계 3위인 KB자산운용은 브랜드 교체를 계기로 점유율을 8.2%에서 10%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화자산운용(브랜드명 ARIRANG), 키움자산운용(KOSEF), NH아문디자산운용(HANARO) 등도 ETF 브랜드 교체를 검토 중이다. 세 운용사 모두 ETF 시장 점유율이 1~3%에 머물고 있는데 브랜드명을 바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사들이 일제히 브랜드를 바꾸겠다고 나선 것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이 브랜드를 바꾼 후 재미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을 ETF업계 1위로 이끈 배재규 사장은 1월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 곧바로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바꿨다. 이후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등 해외지수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신한자산운용도 기존 ‘SMART’ 브랜드를 ‘SOL’로 교체한 뒤 파격적인 상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선 브랜드만 바꾼다고 투자자들이 곧바로 반응하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ETF 상품을 찾을 때 KODEX와 TIGER부터 검색할 정도로 삼성과 미래에셋의 브랜드 파워는 강하다”며 “브랜드 교체 후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