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동안에도 무디스는 무려 106년간 최고 등급을 고수해왔다. 그런 무디스가 미국에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이다간 신용등급을 내릴지 모른다”고 경고를 날린 것이다.
그런데 무디스의 경고장을 보면 우리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다. 한국도 똑같이 당면한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미국 신용등급에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꼽은 재정적자가 그렇다. 재정적자, 국가채무 확대에 따른 우려는 우리가 미국보다 심하면 심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우리 정부의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 9월 말 현재 70조원에 달한다. 연간 전망치를 벌써 12조원 초과했다. 이대로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중이 정부 관리 목표인 3%를 훌쩍 넘는다. 내년에 4%대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GDP의 6.3% 수준인 점에 비춰보면 언뜻 우리가 사정이 나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닌 데다 나랏빚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16년 이후 7년간 미국 국가부채가 33% 증가하는 동안 우리는 86% 늘었다. 590조원이던 나랏빚은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1100조원이 됐다.
무디스가 미국에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한 또 다른 이유는 ‘정치 양극화’다. 양당의 갈등 때문에 빚을 줄이려는 정부 계획이 수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목에 관해서도 우리나라 정치권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국가 재정을 엄격히 관리하자는 내용의 재정준칙만 해도 그렇다.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정쟁에 밀려 1년 넘게 묶여 있다가 결국 좌초될 판이다. 이 와중에 거야(巨野)는 나라 곳간을 더 열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높은 대외 의존도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미국보다 클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는 무디스의 경고를 엄중히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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