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20년을 넘긴 공공임대주택이 20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 노후화에 따른 유지비와 악성 빈집(공가) 증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80%가량을 책임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식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고 기존 임대주택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H가 공급·관리하는 전국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지난해 100만 가구를 넘겼다. 이 중 준공 20년이 지난 주택은 18만6000가구로 전체 임대주택의 20%에 달한다. 대부분 영구 임대와 50년 임대주택이다. LH는 해마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영구 임대와 국민·행복주택 등 장기공공임대 물량이 많아 노후 주택 재고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노후 임대주택이 증가할수록 LH의 부담은 커진다. 임대주택 수선유지비를 LH가 부담하고 있어서다. 내년부터 2033년까지 LH가 보유한 건설임대주택 수선유지비 및 노후시설 개선 사업비 추정 금액만 17조487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임차인이 노후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걸 원하지 않아 이른바 ‘악성 공가’로 남는 일도 다반사다. 2050년대엔 공공임대주택의 절반 이상이 노후 주택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공공임대 50만 가구’ 정책에 따라 추가 공급해야 하는 주택도 부담이다. 임대주택을 지을 때 정부가 50%, LH가 50%의 재원을 투입한다. LH는 임대주택을 지을 때마다 가구당 1억8000여만원이 부채로 계상돼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LH의 임대자산은 지난해 기준 114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절반을 웃돈다.
공공임대주택 노후화에 따른 부담이 커지자 LH는 최근 ‘재무적 관점의 장기임대주택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대안 찾기에 나섰다. 장기임대주택의 손익 분석을 다시 하고 임대주택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향후 임차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이에 맞는 건설 계획과 임대료 조정 등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
LH의 재무 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노후 임대주택 재정비, 매입임대주택 자산 우량화, 과도한 임대주택 물량 매각, 미국식 바우처 제도 도입 등이 거론된다. 바우처는 저소득층에 임대주택을 지어주는 대신 소득의 30% 정도만 임대료로 지출하게 하고 차액은 바우처 형태로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정비 및 공급 문제가 이슈다. 업계 관계자는 “2001년 도입된 국민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이 2030년 끝난다”며 “이후 주택 공급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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