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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시장에서 노동력 부족으로 일자리 증가세를 주도하던 저임금·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최근 임금 상승률 둔화를 겪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소비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 이상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Fed가 다시 긴축에 들어가거나 예상보다 더 길게 현재의 고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면 저임금·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금 둔화가 소비 식힐 수도
12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연방 준비은행에 따르면 10월 전체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6.3%에서 5.8%로 둔화했다. 특히 임금 분포의 하위 25%에 속하는 근로자의 임금 둔화 폭이 컸다. 이들 임금 상승률은 같은 기간 7.2%에서 5.9%로 줄었다.이같은 임금 상승세 둔화는 다른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여가 및 접객업의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올해 1월 7% 수준이었지만 지난 10월 4.5%까지 줄었다.
저소득층·서비스업의 임금 상승세 둔화는 소비 부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3분기 1조 800억 달러로 연준이 2003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수준이다. 9월 말 현재 미결제 부채의 약 3%가 연체 단계에 있으며, 이는 전 분기의 2.7%보다 증가한 것이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10월 실적 발표에서 3분기에 연간 소득이 4만 5000달러 이하인 저소득 소비자의 매장 방문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풋 락커의 CEO 메리 딜런 또한 “거시적 환경이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2분기에 훨씬 더 분명해졌으며, 이는 신학기 쇼핑 시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인플레에 익숙해진 사람들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미국 저소득층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이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이달 3.2%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에선 이같은 기대치가 Fed가 인플레이션 목표인 2%로 회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임금 혹은 상품·서비스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잃는 경우다. Fed는 금리를 인상하거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금리를 유지함으로써 통화 정책을 더욱 긴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윌밍턴 트러스트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크 틸리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고 통제되지 않는다면 Fed는 당연히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의 가장 강한 매파로 알려진 미셸 보우만 연준 총재는 지난주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열린 뉴욕 은행가 협회 포럼에서 “들어오는 데이터가 인플레이션 진전이 정체되었거나 적시에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 향후 회의에서 기준 금리 인상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