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고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야심 차게 열었다. 그러나 사이트의 응답 속도는 느렸고 이해할 수 없는 에러 메시지가 떴으며 오류도 엄청났다.
이후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정보기술(IT) 시스템과 서비스를 전면 검토할 것을 지시한다. 검토 결과 정부의 IT 시스템과 서비스는 구식 인프라와 뒤범벅된 코드로 가득했다. 여러 IT 회사와의 프로젝트 결과물이 연결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구축돼 있었던 탓이다. 국민들이 경험하는 온라인 인터페이스도 엉망이었다. 게다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에 익숙한 미국 국민은 온라인 사용자 경험(UX)에 대한 기대 수준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은 2014년 구글 부사장이던 메건 스미스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한다. 메건은 기존에 정부와 계약을 맺었던 IT 업체들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았다. 이에 그는 실리콘밸리의 최고 기술자들을 채용해 ‘기술 특공대’를 구성하려고 했다. 이를 통해 정부의 디지털 구조를 변화시킬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기술자들을 어떻게 정부에서 일하게 하는가?’였다. 정부에서는 고액의 연봉을 맞춰줄 수 없었다. 거주지 또한 문제였다. 그들을 실리콘밸리에서 워싱턴으로 이주시키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에서 선정한 핵심 엔지니어들을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로 초대했다. 물론 그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회사를 그만두고 정부에서 일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메건은 호텔 앞에 있는 리치먼드 조선소를 가리켰다. “여기에서 미국은 독일 잠수함을 능가하는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2차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말이 끝나자 호텔 방의 옆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엔지니어들은 다들 깜짝 놀랐다. 대통령은 짧게 말했다. “미국이 여러분을 원합니다. 미국 정부는 수리가 필요하고 당신들이 필요합니다. 워싱턴에 와서 봉사하기 어려운 이유 한 가지만 대보십시오. 제가 해결해주겠습니다.” 그리고는 모인 이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다시 워싱턴으로 갔다.
대통령은 큰 뜻을 제시했고 그들이 그 뜻을 이루는 데 필요한 존재임을 강조했다. 두 달 뒤 엔지니어들은 워싱턴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3년간 정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일한다.
얼마 전 한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인재들을 정말 많이 데려왔습니다.”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저는 주위에서 점찍은 인재, 모셔 오려는 인재들에게 꾸준히 연락하고 찾아가 우리 회사 비전과 성장 후 모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당연히 당장은 안 옵니다. 그런 분들은 다들 기존 회사에서 잘나가기 때문이죠. 그런데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다 보면 반드시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두 가지 경우가 제일 많은데 첫째는 맞지 않는 상사를 만나거나 둘째, 승진에서 누락됐을 때입니다. 그때 제안하면 거의 다 옵니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과거 벤처 경영자 시절, 우리 회사에 CTO가 필요했다. 한 인력을 소개받았다. 여러 루트로 확인해 보니 훌륭한 인재였다. 그런데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옮길 마음이 없다고 했다. 나는 그냥 그에게 연락해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다. 나는 제안서를 만들어가서 우리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그가 이 비전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사람임을 말했다. 내가 면접을 자청한 셈이다. 연봉이나 대우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안 했지만 밤늦게까지 소주 몇 병을 나눈 후 결국 그는 오기로 결정했다.
물론 연봉도 복지도 중요하다. 최소한 남들만큼은 될 수 있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고의 인력들에게는 그것이 그들을 움직이는 최우선 동기가 아니다.
그러면 언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일까? 첫째, 전폭적으로 상대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둘째, 비전과 대의명분을 나누며 셋째, 그 비전을 이룰 파트너로서 요청하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당장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꾸준히 진정성을 갖고 접촉할 필요가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방점을 찍어주는 것이다. 인재 확보는 인사관리(HR) 부서의 미션이 아니다. 바로 경영진의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