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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청소년 필독서로 항상 꼽히지만 나이들어야 참맛 아는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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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죠. 젊은이들은 젊음을 누리면서도 그 가치를 모르고, 늙은 뒤에야 깨닫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청소년에게만 권하기엔 너무 아까운 청소년 필독서입니다. ‘청소년 추천도서’에서 빠지지 않는 성장소설이지만, “나이가 든 뒤에서야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는 어른이 많습니다.

1919년 출간된 이 장편소설은 독일에서 태어난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는 소설 속 문장은 책을 안 읽은 분들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요.

소설의 주인공은 싱클레어라는 남자. 그가 소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신실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싱클레어는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 온화함, 용서와 선한 원칙 등이 속한 세계에서 지냈죠. 자라면서 그는 점차 세상에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낯설고 위험한, 잔인하고 폭력적인 세계 말이에요. 이때부터 싱클레어의 성장통이 시작되는 거죠. 언제까지나 안온한 유년시절, 가정의 품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어느 날 싱클레어는 친구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싶다는 욕심에 자신이 도둑질을 해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불량한 친구 크로머는 싱클레어가 도둑질한 사실을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며 수시로 돈을 뜯어내요. 싱클레어는 자신이 허풍을 떤 것이라고 털어놓을 수도, 도둑이 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죠. 크로머는 심지어 싱클레어 누나를 자기 앞에 불러내라는 주문까지 해요.

그런데 전학 온 데미안이 싱클레어를 구해줍니다. 신비롭고 어른스러운 그를 싱클레어는 동경하는데, 데미안은 “(성경 속) 아벨을 죽인 카인이 이마에 표식을 받은 건 (벌이 아니라) 우월함의 징표”라고 주장하며 싱클레어가 믿던 선과 악의 개념을 뒤흔들어놔요. 시간이 흘러 낯선 도시로 전학 간 싱클레어는 방황 끝에 책갈피에서 어떤 글귀를 발견합니다. 여기서 그 유명한 구절이 등장합니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싱클레어는 참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 등 양극단을 포괄하는 신, 아브락사스를 찾아 헤매다가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곳에서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의지하게 되죠. 그러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전장에서 부상을 입어 침대에 누워 있는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너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 하고는 사라집니다.

다양한 성경 속 상징, 신화 등이 뒤섞인 소설을 청소년기에 읽어나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는 소설 도입부의 문장은 이 소설이 청소년 필독서인 이유를 수긍하게 합니다.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치열하게 탐색할 시기이니까요.

청소년기 이후에도 곱씹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입니다. 대표적인 게 <데미안>을 둘러싼 가장 유명한 궁금증이죠. 바로 ‘싱클레어가 방황할 때마다 그를 구원해주던 데미안은 실존 인물일까?’ 하는 겁니다. 데미안은 마치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로, 성숙의 과정을 상징하는 듯하니까요.

이분법의 세계에서 알을 깨고 나온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매력적이죠. 선과 악,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 세상이 만들어놓은 이분법의 틀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자신의 해석과 판단에 귀 기울여 한다는 <데미안>의 메시지는 어른에게도 성장의 의미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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