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법이 정한 추심 방법을 넘어선 대부계약은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그 자체가 무효”라고 말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추심할 경우 법정 최고 이자율(연 20%)을 넘는 이자액뿐 아니라 대출 원금 자체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사금융 피해가 너무 심해 노예화, 인질화까지 벌어지는 등 집단화·구조화되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현직 대통령이 금감원을 방문한 것은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고리 사채와 불법 채권추심을 ‘민생 약탈 범죄’로 규정하며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라”고 했다.
지난해 8월 경기 수원시에서 빚 독촉에 시달리던 60대 여성이 40대 두 딸과 자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거론하면서는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30대 여성이 100만원을 빌렸다가 연 5200% 금리를 요구받고 성 착취를 당한 사건, 청소년들이 소액을 빌린 뒤 협박·폭행 등을 겪은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범죄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악랄한 암적 존재”라며 “이런 것을 방치하고 완전히 퇴출하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검찰청에 관련 형사사건에 가능한 한 중형이 선고되도록 양형 자료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범죄수익 환수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아무리 이자제한법 범위 내의 대출채권, 대여금 채권이라고 해도 이것(불법 추심을 포함한 계약)은 법이 보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둬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범죄수익은 차명 재산까지 모조리 추적해 환수해야 한다”며 “국세청은 광범위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단 1원도 은닉할 수 없도록 조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환수된 범죄수익은 피해자 구제에 사용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창기 국세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복현 금감원장 등이 참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