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호 혁신안으로 ‘청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안나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 “비례대표 명부 당선권에 45세 미만 청년을 50% 의무 할당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미래세대를 생각했을 때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청년 비례대표를 우선적으로 공천해 청년들이 정치 현장에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위원은 이어 “당선 우세 지역을 청년전략 지역구로 선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후보자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안을 제안했다. 여당에 유리한 일부 지역에 청년들을 전진 배치하자는 뜻이다. 여당이 청년들을 소모품처럼 활용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수도권에 ‘퓨처 메이커’라는 이름으로 청년벨트를 만들어 청년들을 공천했지만 사실상 험지로 청년 정치인을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혁신위는 우세 지역의 기준은 특정하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보수진영이 우세한 영남·서울 강남권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은 “구체적인 지역구 선정이나 그와 관련된 숫자 기준은 공천관리위원회나 총선기획단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혁신위는 모든 정부 기구와 지방자치단체 위원회에 청년위원 참여 의무화 비율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혁신위는 다음 최고위원회에 세 건의 의결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혁신위는 ‘당 화합’ ‘정치인 희생’을 1·2호 안건으로 건의한 바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그동안 정치인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청년이 절반인 혁신위 구성이 내가 바라는 국회의 축소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혁신위가 세 번째 쇄신안으로 ‘청년’을 꺼내 든 배경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시사하고 있는 것도 혁신위가 청년 유권자 마음 잡기에 나선 배경으로 해석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국민의힘에서 2030 남성의 표심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이 전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공백을 메꿔야 하는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하지만 혁신위의 ‘청년 카드’가 청년층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엄 소장은 “일부 당 최고위원이 여전히 이 전 대표를 공격하고 있어 근본 대책이 되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혁신위는 시간을 두고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불출마 등도 당에 공식 요구하기로 했다. 혁신위는 3일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핵심 의원들에게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촉구했다.
대상이 된 여당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혁신위의 중진 불출마 권고를 어떻게 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그분들도 시간이 필요하고 판단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 위원장으로부터 ‘수도권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받은 주호영 의원(5선·대구 수성갑)은 혁신위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주 의원은 전날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청에 대해 “절대 갈 일이 없다”며 “원래 지역구는 옮기는 법이 아니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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