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와 지방세 등 대규모 세수 감소 속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자치단체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기금·특별회계 통폐합 등의 강도 높은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재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산시는 내년도 본예산을 15조6998억원 편성했다고 9일 발표했다. 전년 대비 2.43% 늘었다. 보건·복지·고용 부문 정부 예산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예산 규모가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소 증가했다”며 “보건·복지·고용 부문 정부 예산이 늘어나고 재산 매각 수입 증가 등 선제적 대응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이 확대됨에 따라 부산시는 주요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의료·복지 부문에 가장 많은 4조8339억원을 배정해 복지 체계를 강화한다. 올해 528억원 규모인 신산업 지원 예산은 내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1194억원을 집행한다. 이를 통해 2030세계박람회 추진을 위한 준비 단계인 북항3단계 개발과 가덕신공항 복합도시 구상 등 각종 용역을 차질 없이 진행할 전망이다.
울산시는 내년 본예산을 4조7932억원 편성했다.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복지 부문 예산이 1798억원(11%) 늘었다. 울산시는 내년 경기 위축에 따라 지방세 수입이 1조6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 건전재정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금 우리의 선택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미래를 결정짓기에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며 “부족한 재원은 공공기관 운영비 인상 억제, 국내 여비 10% 감액, 민간경상보조사업 전면 재검토, 유사 사업 통폐합 등 강도 높은 세출 구조 조정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의 내년도 본예산은 전년 대비 438억원 감소한 12조570억원이다. 도는 최근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3656억원 줄인 3차 추경을 도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세와 지방세 수입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감액추경안을 반영한 2023년 경상남도 예산 규모는 12조6172억원이다. 도는 누락된 세원을 조사해 세입 조치하고, 집행 잔액을 비롯해 국비가 미교부된 사업, 연내 집행이 불가능한 사업, 행사 및 포상금 등 축소가 가능한 사업 등을 파악해 세출 예산 총 5172억원을 삭감했다. 다만 취약계층 지원, 민생안전, 안전 강화 등 사회복지·보건, 농림해양수산, 환경, 교통·물류 부문 예산은 늘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급격한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국세와 지방세 수입이 대폭 감소해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민선 8기 취임 이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조기 상환하기 위해 집중했지만 지금까지 9355억원의 채무가 남아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하인식/창원=김해연/부산=민건태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