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전 대덕구에 있는 풍림의 제조공장. 펄프용 목재 칩을 제조하는 회사답게 입구 근처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천 그루의 나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풍림 공장 곳곳에서 작업을 기다리는 나무는 약 1000t에 달했다. 나무를 베어왔다고 ‘산림 훼손’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생을 다한 폐목, 구불구불 자란 나무 등이 벌채 대상이기 때문이다. 김종원 풍림 부사장(한국목재칩연합회 회장)은 “사유지도 나무를 베려면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장에 모인 나무들은 탈피기를 거친다. 껍질을 벗겨낸 나무를 분쇄기에 넣으면 두께 5㎜, 길이 40㎜ 정사각형 목재 칩이 돼 나온다. 이 중 참나무 칩은 울산 무림P&P 공장으로 간다. 무림P&P는 국내 유일한 천연펄프·제지 생산 일관화 기업이다. 무림P&P 공장에서는 목재 칩에서 섬유를 분리해 세척과 표백 과정 등을 거쳐 펄프를 만든다. 이 펄프에 물과 전분 등 여러 재료를 섞으면 한 공장에서 종이로 생산돼 나온다.
종이는 한 번 사용됐더라도 분리배출을 통해 모은 뒤 재활용 공정을 거치면 종이 자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흙에 버려도 시간이 지나면 생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간다. 제지산업을 친환경 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같이 자원이 순환되기 때문이다. 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종이 자원 재활용 비율은 85.2%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도 제지회사들이 멀쩡한 나무를 베어서 종이를 만든다고 오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한국제지연합회가 지난 6월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00명 중 ‘종이가 아마존 등 원시림 나무로 생산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86.5%에 달했다.
국민 다수의 인식과 달리 세계 제지회사들의 수확 벌채는 산림 훼손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오래된 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벌목한 뒤 그 자리에 새로운 나무를 심어주는 게 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산림 임상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20년산에서 절정을 이룬 뒤 점차 줄어든다. 김철환 경상대 환경재료과학과 교수는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노령목은 베어서 종이 제조에 쓰고, 그 자리에 어린나무를 새로 심는 산림경영 활동이 이산화탄소 흡수 등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제지산업을 하려면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아야 한다. FSC 인증은 원시림 무단 벌목이나 유전자 변형 목재펄프가 아니라 조림펄프 제품에만 부여한다. 김 교수는 “FSC 인증을 받지 못한 종이 제품이 나오면 각국 정부나 비영리기관 등이 판매를 못 하게 한다”며 “원시림이 아닌 계획된 조림지에서 나무를 베고, 다시 심어서 수확하는 선순환 구조이기 때문에 제지산업은 친환경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한솔과 무림, 한국제지 등 국내 제지회사들은 국내외에 조림지를 조성해 탄소 흡수 등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 제지회사들이 조성한 국내외 조림지는 8만3000㏊로 여의도 면적의 약 290배 규모다.
대전=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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