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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전기차(EV)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나섰다. 국가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전기차 제조 설비를 확충해 EV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중동에 자동차 제조 설비의 허브를 구축한 뒤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전기차 생산 단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V 배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핵심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들어 전기차 제조설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와 반제품조립(CKD) 공장을 짓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지난달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총 투자 규모는 5억달러다.
앞서 사우디 투자부는 중국 전기차 업체 휴먼 호라이즌즈과 56억달러 규모의 MOU를 맺은 바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 루시드그룹과 합작 투자한 전기차 공장은 지난 9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만 폭스콘과 손잡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전기차 브랜드 '씨어'를 설립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전기차 확대에 나선 배경엔 탈(脫)석유 프로젝트가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내놓은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석유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중 전기차 관련 사업은 빈 살만 왕세자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정권을 잡은 지 7년이 넘었지만 아직 사우디 경제의 90%는 석유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50만대 생산을 목표로 내세웠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기차 생산량을 충족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배터리 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 확대를 위해 사우디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장려하고 있다. 사우디에 지사를 두지 않은 외국 기업과의 거래를 내년 1월까지 제한했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말까지 중동 지사를 사우디로 이전하는 글로벌 기업 수를 160여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알 팔리 장관은 "사우디에 지사를 설립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대폭 확대했다"며 "라이선스 발급을 통해 조절하고 있는데, 매주 10개 기업이 등록할 정도로 외국인 투자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