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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금 채굴 기업인 뉴몬트의 톰 팔머 최고경영자(CEO)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갈등으로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팔머 CEO는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값이 새 역사를 쓰는 시나리오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를 위해선, 그다지 좋은 시나리오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현재까지 금 선물 가격은 10%가량 올라 트로이온스(약 31g)당 약 1992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상승분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일부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이번 중동 분쟁에 더 많은 아랍 국가가 참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팔머 CEO는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중동에서) 본 일들은 금값이 현재의 수준까지 오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다만 그는 “올해 들어 금값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 펀더멘털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본다”며 “안타깝게도 전 세계에서 금값을 밀어 올리는 이벤트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값을 떠받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사이클에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금리를 함께 끌어내려 금과 같이 수익률이 낮은 자산의 매력도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Fed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두 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리며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이 밖에도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800만t의 금을 사들였다.
금값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타격이 컸던 2020년 8월(트로이온스당 2072달러)이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안전자산에 투자 수요가 몰리며 금값이 상승세를 나타낸다. 올해 초 미국이 ‘은행 위기’로 신음할 당시에도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에 가깝게 치솟았었다.
뉴몬트는 최근 호주 금광업체인 뉴크레스트를 인수하며 ‘금광 공룡’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190억달러(약 24조7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이번 딜은 글로벌 금광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뉴크레스트가 보유하고 있던 구리 광산까지 확보하게 된 뉴몬트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 세계적 트렌드에서도 핵심적인 지위를 확립하게 될 전망이다. 구리는 모든 전기화 기술의 초석이 되는 구리는 청정에너지 기술 상용화를 위한 핵심 광물로 꼽힌다.
팔머 CEO는 “이번 인수?합병(M&A)은 금 업계뿐 아니라 광산 업계에서도 가장 큰 규모”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금광 절반이 뉴몬트의 포트폴리오로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값 상승에 따라 포트폴리오에 금을 편입시키고자 하는 패시브 펀드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에 대한 뉴몬트의 익스포저(노출도)도 커질 거란 관측이다. 다만 팔머 CEO는 추가 M&A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뉴크레스트가 운영하던) 5개 금광을 뉴몬트에 안정적으로 통합하고, 시너지를 내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