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만 말을 건 것에 대해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현직 미국 예일대 교수로부터 나왔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조교수(사진)는 5일 페이스북에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가장 쉽게 상처를 주는 말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이다. 실제로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인종차별로 가장 쉽게 쓰이는 표현”이라며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 ‘미스터 린튼(Mr. Linton)’이라고 하며 영어로 응대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의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그것도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그날로 퇴출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나 교수는 “4대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회를 위해 선교, 의료, 정치적 기여를 한 집안의 60대 명문대 의대 교수인 백인 남성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치 이야기를 하기 싫지만, (이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자격 미달이고 공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당시 현장에서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며 말을 아꼈다. 5일에는 TV 방송에 출연해 “할머니가 1899년 목포 태생이고, 아버지는 1926년 군산에서 태어났고, 저도 전라도에서 태어났다”며 “조금 섭섭했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2012년 특별귀화 1호로 한국 국적을 부여받은 한국인이다.
이 전 대표는 모욕을 주기 위해 영어로 말한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어를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 위원장의) 언어 능숙도를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그게 인종차별적 편견이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하지만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한 신당 ‘새로운선택’의 곽대중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일부러 영어로 말했다”며 “‘너는 우리 국가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의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라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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