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고차 매매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도입한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제’가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80만원인 보험료를 차값과 별개로 추가로 내는 데다 보험료가 매년 인상돼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료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 25만7200원이던 주행거리 9만㎞인 배기량 2000cc 이상 수입차의 보험료는 올해 32만3200원으로 6만6000원(25.6%) 올랐다. 주행거리 19만㎞ 기준 수입 승합차(26~35인승)는 같은 기간 62만2200원에서 78만1900원으로 15만9700원 상승했다.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제는 중고차 판매자가 차량 점검을 반드시 한 뒤 결과를 구매자에게 알려야 하는 제도다. 차량 이상이 발견되면 보험사가 보상해야 한다. 중고차 상태를 속여 파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보험사는 법정 품질보증 기간(구매 후 30일 이내 혹은 2000㎞ 주행 이내) 내 보상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6월부터 중고차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첨부하도록 의무화했다.
문제는 보험료가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9년식 BMW 528i(주행거리 19만㎞)는 시중 판매가가 400만원이지만 보험료 70만원을 내야 한다. 이럴 경우 차값은 470만원이 된다.
보험업계는 해당 제도의 평균 손해율이 약 120%대라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보험료 100만원을 받으면 120만원을 보상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B보험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손실이 큰 상품으로 판단해 급격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의사와 상관없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점도 문제다. 상태 점검이 필요 없는 구매자도 어쩔 수 없이 보험에 강제 가입해야 한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점검 업체마다 서로 다른 손해율을 우선 점검해 합리적으로 보험료가 책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은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며 “법 시행 이후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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