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이 휘청이고 있다. 홍콩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해 3분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약세를 면치 못했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가 전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홍콩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딜로이트·KPMG·EY·PwC)는 하반기 홍콩 IPO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KPMG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홍콩증시에 44개 기업이 상장을 마쳤고, 246억홍콩달러(약 31억4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거래 건수는 65%, 자금 규모는 15% 감소한 것이다. 아이린 추 KPMG 차이나 파트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주식시장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콩 증시는 지난해 15% 떨어지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EY의 6월 보고서와 KPMG 차이나가 발표한 중간 발표에 따르면 홍콩 IPO 시장은 올해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10월 항셍지수와 항셍기술지수는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링고 최 EY 아시아 태평양 IPO 책임자는 “홍콩 시장은 2020년 혹은 그 이전 호황기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며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인도네시아 물류 스타트업 J&T 익스프레스가 지난달 27일 홍콩증시에 데뷔전을 치렀지만 다소 부진했다. 주가는 보합으로 개장했고 첫날 1.33% 하락 마감했다. 올해 홍콩에서 두 번째로 상장 규모가 큰 J&T익스프레스는 당초 이번 상장에서 최소 10억달러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투자심리 위축에 따라 목표치를 절반으로 줄였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딜라이트는 9월 보고서에서 “3분기 홍콩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된 거시 경제 영향으로 밸류에이션의 하방 압력과 약세를 면치 못했다”며 “많은 IPO 후보들이 공모를 준비하는 동안 밸류에이션 턴어라운드 시기를 관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홍콩증시 IPO 시장 최대어인 중국 주류업체 ZJLD는 지난 4월27일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18% 급락했다. 지난해 아시아 최대어로 꼽힌 기업 2곳도 상장 첫날 쓴맛을 봤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저장 립모터(Zhejiang Leapmotor)는 34% 급락했고, 부동산 서비스 제공업체 원우는 7%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 경기의 더딘 회복세도 홍콩증시의 부진의 원인 중 하나다. 홍콩증시 상장사의 실적은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은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5%, 2024년 4.2%로 하향 조정했다.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0월 9일까지 각각 287억달러, 198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42%, 23% 감소한 규모라고 KPMG는 밝혔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