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대체투자상품인 해외 사모대출펀드(PDF) 투자가 늘고 있다. 부동산 등 다른 대체투자 시장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자산가들이 연 10%대 수익률이 가능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해외 PDF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액 자산가들이 삼성 등 일부 대형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해외 PDF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엔 증권사·운용사들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해외 PDF 투자금을 모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이를 개인용 상품으로 내놓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PDF는 운용사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기업 등에 대출하는 펀드다. 기업에 은행 대신 돈을 빌려주는 직접 대출,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인수금융 대출 등을 통해 운용된다.
최근 자산가들이 해외 PDF 투자를 늘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해외 PDF는 연 10~12%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미국 기준 금리(연 5.25~5.50%)에 6~7%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이기 때문이다. 경쟁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하이일드채권 인덱스펀드(연 8.5%), 미국 레버리지론 인덱스펀드(연 8.7%) 등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다.
한 증권사 PB는 “주식 시장 선호도는 아직 낮은 상태에서 연 10%대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자산가들이 해외 PDF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PDF는 대출 기반 상품이어서 사모펀드(PEF)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대신 손실 위험이 적다. 통상 PDF는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이 이용한다. 신용등급이 낮지만 성장성이 큰 스타트업, 상장 전 투자가 필요한 비상장기업, 구조조정을 마치고 사업을 정상화하는 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PDF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기업의 주식을 선순위 담보로 잡는다.
국내에서 자산가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PDF는 인수금융 기반으로 운용하는 상품이 많다. 인수금융 자금을 대주는 글로벌 펀드 안에 국내 증권사 등이 자산가 돈을 모아 작은 펀드로 들어가는 구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이 실사를 벌이고, 담보를 설정한 딜에 ‘조각투자’하는 격이다. 통상 개인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은 1억~3억원 이상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출은 물론 환헤지 형태로도 모두 투자할 수 있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최근엔 미국 등 해외에서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서 기업들의 PDF 수요도 커지고 있다. 그간 기관 중심이던 PDF 시장이 개인에게도 열리게 된 이유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리 향배를 뚜렷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라 미 국채 투자 등의 대안으로 PDF를 찾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DF 대상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도 있는 만큼 글로벌 대체시장에서 경험이 많은 증권사나 운용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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