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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친윤, 사랑한다면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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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 살던 두 여인이 공교롭게도 사흘 간격으로 아들을 낳았다. 그중 한 여인이 잠결에 깔아뭉개는 바람에 아이가 숨지자 옆방 여인의 산 아이와 바꿔치기했다. 서로 자기 아이라고 다투는 두 사람을 놓고 솔로몬 왕이 명령했다. “산 아이를 둘로 나눠 두 여인에게 나눠주라.” 깜짝 놀란 진짜 어머니는 “아이를 죽이지 말고 저 여인에게 주라”고 했다. 중국 북송의 명판관 포증(포청천)도 그랬다. 정실부인과 첩이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우겼다. 포청천은 땅바닥에 흰색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아이를 세운 다음 두 여자에게 팔을 잡아당기게 했다. 아이가 아파하자 첩은 얼른 손을 놓고 말았다. 누가 생모인지는 자명하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및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지역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당의 현재 상태를 위기라고 진단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정말 (윤석열) 대통령을 사랑하면 험지에 나와서 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라. 사랑하고 지지하면 희생하라는 말”이라고 했다. 파장이 만만찮다.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4역, 대통령과 친한 장제원 이철규 권성동 의원, 3선 이상 중진인 정진석 주호영 의원 등 대상자가 워낙 많아서다. 영남 다선 의원 수도권 출마론,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론 등에 대해선 “선거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반대론이 벌써부터 나온다.

‘사랑이란 자기의 유익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유익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라고 성경은 가르친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지난해 12월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사랑한다면 떠나라”고 촉구했지만 이 대표는 지금도 굳건히 버틴다. 그 결과 민주당은 뭘 해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다. 이른바 ‘윤핵관’들이 대통령을 위한다며 그를 에워싼 결과는 소통 단절과 지지율 하락, 당의 위기다. 무엇이 현명한 선택일지 선뜻 말하기 어렵지만 사랑 없이 사심 가득한 선택의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베이컨은 “양보하면 기대한 것 이상을 얻는다”고 했다. 자기 아이의 손을 놓은 어머니처럼, 사랑한다면 떠나라.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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