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비만 치료제 관련주의 주가는 상승중이다. 특히 비만 치료제 시장의 '2강'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에서도 관련 기업들의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미약품은 2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일주일간 한미약품 주가는 2.51% 올랐다. 같은 기간 펩트론(14.04%), 인벤티지랩(2.71%) 등 비만 치료제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같은 주가 상승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2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들의 실적 발표가 헬스케어 업종에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 치료제 '오젬픽'의 강한 수요를 반영하면서 연간 매출 성장률을 지난 8월 전망치인 27~33%에서 32~38%로 상향 조정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실적 기대감이 한 층 더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라이 릴리의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또한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 8월 초 위고비와 관련한 긍정적인 임상 결과 발표와 일라이 릴리의 호실적 발표에 국내 제약·바이오주의 동반 강세가 전개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 노보 노디스크의 실적 모멘텀과 더불어 비만치료제 관련 긍정적인 언급이 있을 경우 또 다시국내 제약·바이오주들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약 30억달러(약 4조725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향후 연평균 10~13%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2028년 기준 약 167억달러(약 22조6703억원)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위고비를 다이어트 비결이라고 언급한 트윗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비만 치료제를 넘어 심혈관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임상 결과는 위고비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강화하는 요소다.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으나 강력한 경쟁자가 대기 중이다. 바로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다. 마운자로는 당뇨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비만 적응증은 올해 2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서를 제출해 연말 정식 승인이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만 치료제 호재에 국내에서도 당뇨병·비만 치료 관련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은 그동안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온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3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 제형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돼 온 물질로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 -1)을 활성화한다.
일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대사성 질환분야 신약 후보물질인 'ID110521156' 임상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ID110521156'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로 체내 인슐린 합성·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은 투약 편의를 위해 경구 제형 약물로 개발해 차별화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도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인 'DA-1726'의 임상1상을 준비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GLP-1 수용체 대신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인 GDF15를 타깃으로 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H34160'을 개발 중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약 136조원)를 상회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비만 치료제 관련 연구개발 단계는 초기로 높아진 진입 장벽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