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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인류애는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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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인류애는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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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인 지 2년째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유혈 분쟁 소식을 접하니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무엇보다 노약자, 구호 활동가 등 전쟁과 무관한 민간인 피해 소식이라 더 그렇다. 혹자들은 전쟁이라는 인류의 탐욕 앞에 무기력한 인류를 보면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속설을 신뢰할지도 모르겠다.

국제사회는 1949년 민간인 보호를 위한 제네바 제4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민간인, 그중에서도 노약자는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의료시설과 구급요원도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외신 보도를 보면 실상은 다르다. 최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전쟁 당사국에 민간인 보호를 촉구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향해 전면전을 예고한 만큼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목숨을 잃을지 걱정스럽다.

지금의 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반도는 정전협정으로 70년간 평화 체제가 유지됐지만, ‘일시 정지’를 의미하는 정전(停戰)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누른 순간,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것이다. 전쟁을 물리적으로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제사회는 1928년 켈로그-브리앙 조약을 통해 전쟁 자체를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나마 제네바협약을 통해 전쟁 중이라도 자비를 베풀자는 보편적 인도주의 정신이 공감대를 형성했고, 196개국이 조약을 체결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누구나 제네바협약 정신을 숙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대한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 범죄인 집단살해죄, 인도주의에 반한 죄, 전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은 누구라도, 언제라도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음을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다. 우리 마음속에 인류애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평화는 좀 더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전쟁의 아픔을 겪은 민족이다. 6·25전쟁 때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네덜란드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저서 <휴먼카인드>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20만 년 역사상 19만 년은 전쟁도 압제자도 없는 평화 시대였다”고 말했다. 모두가 살기 좋은 평화 행성을 꿈꾸며, 국제적십자운동 창시자 앙리 뒤낭이 죽기 전 남긴 말을 떠올려 본다. “인류애(humanity)는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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