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으로부터 성병을 옮아 이혼을 결심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 남편은 1년에 200일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생활비까지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필리핀과 태국 등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며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딸을 키워온 아내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씨는 "남편은 해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시기 일 년에 스무 번 가까이 출국했고, 그 기간을 헤아리면 1년 중 200일을 넘기기도 했다"며 "저는 남편이 지나칠 정도로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해외에 머문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주 해외에 나가는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서 답답하기만 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저 믿고 응원했다"면서도 "이제는 도저히 남편을 참고 기다려줄 수 없다"고 털어놨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뒤로 생활비를 거의 주지 않고 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저 혼자 아이들을 키우면서 양육비와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했다"며 "저는 여러 번 남편에게 가족을 생각해서 해외 출장을 줄이라고 했지만, 남편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A씨가 2번이나 성병 진단을 받아 치료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성병이 목욕탕이나 다중 이용시설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하지만, 저는 첫 번째 진단을 받기 직전에 유산을 했고, 두 번째 진단 직후에 임신했기 때문에, 남편에게서 옮은 게 분명하다"며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고, 오래 고민한 끝에 남편과 이혼하려고 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A씨를 향해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사업차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냈을 뿐이라면서 이혼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배우자의 방치는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 부부에게는 동거·부양 및 협조의무가 인정되는데, 이는 부부관계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협동체라는 점에서 나오는 본질적인 의무이며, A씨의 남편과 같이 일방적으로 배우자를 방치하는 것은 세 가지 의무를 모두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민법은 재판상 이혼 사유 중 하나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거나,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법원은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근거로 △혼인 계속 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 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 보장 등 혼인 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게 된다.
유혜진 변호사는 "남편은 부모의 의무인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 A씨는 이러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더 이상 남편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가 없었고, 지속해서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해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성병 감염과 치료 시기를 보면, 남편의 해외 체류 기간과 겹친다. 그래서 남편 때문에 감염되었다고 의심하게 되었고, 당시 사연자분의 건강, 즉 유산과 임신을 했다는 사실 및 가정상황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보인다"며 "사연자분과 남편의 혼인 관계의 바탕이 되는 신뢰가 훼손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하고, 현재까지도 그 사정이 혼인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편의 부정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해 이혼 사유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