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전후로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을 표출했다. 시정 연설 전후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악수를 청한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도 않거나 마지못해 악수하는가 하면, "그만두시라"는 말까지 했다.
31일 윤 대통령은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국회 시정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로텐더홀 계단에서 '국정기조 전환', '민생경제 우선' 등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하기도 했다.
관례로 대통령 시정연설 때 국회의원 전원이 기립해 대통령을 맞이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과 악수하면서 입장하곤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입장한 본회의장 동선에는 야당 의원들이 좌우로 포진했다.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일어서서 기다리고 있던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인사하고 악수했다. 이재명 대표도 일어서서 윤 대통령과 악수했다. 이 대표 옆자리는 정청래 의원이었으나 자리가 비어있었다. 이어진 악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다가서자 일어나서 목례하며 악수했다.
그러나 이후 포착된 장면에는 이형석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다가서 악수를 청하러 다가가자 윤 대통령은 바로 보지 않고 앞만 응시한 채 손을 잡는 모습이 담겼다. 이 대표의 비서실장은 천준호 의원은 윤 대통령은 아예 쳐다도 보지도 않고 앞만 바라봤다. 윤 대통령이 두 차례나 악수하기 위해 쳐다봤으나 결국 악수하지 못 하고 천 의원을 지나쳤다. 홍정민, 이동주 의원은 앉은 채로 윤 대통령과 악수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연단에 서자 'D-160 반드시 무너뜨린다. 피눈물 난다! 서민 부채 감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연설을 끝내고 본회의장을 나설 때도 따라가서 피켓을 드는 모습을 보였다.
시정 연설이 끝나고 윤 대통령은 의원석을 돌며 여야 의원들과 악수했다. 앉아서 악수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그만두셔야죠. 시정연설 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길래 이렇게 화답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의원은 시정연설 전 이른 오전에는 "시정연설도 교회 가서 하지 뭐 하러 국회에 오나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29일 유족이 있는 이태원 참사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추도예배를 드린 것을 비꼰 것이다.
이러한 민주당 의원들의 언행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공개되면 강성지지층에게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정연설이 끝난 후 이 대표의 팬카페에는 일어나서 인사한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안 되겠네", "괴물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악수에 응하지 않은 천 의원을 향해서는 "최고"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악수하기 싫어도 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예의 바른 민주당 의원들 참 보기 좋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