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인천 앞바다에서 아내를 바다에 빠트린 뒤 돌을 던져 살해한 30대 남편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당초 이 남편은 가정불화 때문에 범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으나, 뒷배경엔 남편의 외도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찰은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30)에게 이같이 구형했다.
A씨는 지난 7월 15일 오전 2시 40분께 인천 중구 잠진도 제방에서 30대 아내 B씨를 떠밀어 바다에 빠트린 뒤,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돌을 여러 차례 던져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일 A씨는 119에 신고하면서 "낚시하러 아내와 함께 잠진도에 왔고 차에 짐을 가지러 다녀온 사이 아내가 바다에 떠내려가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해경이 수사 과정에서 범행 증거를 제시하자 "아내와 불화가 있었다"며 뒤늦게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제 행동이 부끄럽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며 "피해자인 아내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고 평생 속죄하면서 여생을 살겠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A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열화상카메라 영상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영상에는 A씨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B씨를 향해 주변에 있는 큰 돌을 여러 차례 던지는가 하면, 물에 엎드린 채 떠 있는 아내에게 접근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재판부가 A씨에게 아내에게 다가간 이유를 묻자, 그는 "(사망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다"며 "떠내려가고 있는 상태여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사고사인 것처럼) 거짓 신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은 "피고인은 가정불화 때문에 범행했다고 하지만 궁극적인 원인은 피고인의 외도 행위"라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밀어 물에 빠트린 뒤 수위가 높지 않자 더 깊은 곳으로 끌어들이려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양손으로 들어야 하는 큰 돌을 던져 결국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이 분명하다"며 "피해자 유족과 합의도 하지 못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자백한 뒤 수사에 협조했고, 유치장에 입감된 날에는 죄책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면서 어떻게든 유가족과 합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