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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유대인 파워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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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학들이 최근 기부금 모금을 두고 골치를 썩고 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있고 나서 일부 대학 학생이 이스라엘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는데, 여기에 반발한 유대인 거액 자산가들이 기부금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선 유대인의 막강한 경제력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왜 그럴까.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 창업자 레슬리 웩스너 부부는 하버드에 420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들은 하버드대가 교내 반(反)유대주의를 방치했다며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의 상속자인 로널드 로더는 아이비리그의 또 다른 명문인 펜실베이니아대에 더 이상 기부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대 교내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문학 페스티벌에 반유대주의 발언을 한 전력이 있는 연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연이은 기부 중단 선언
유대인 자산가들의 기부금 중단 선언에 대학들이 긴장하는 것은 그만큼 기부금이 대학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지난해 자금 수입은 58억4000만달러였다. 이 중 기부금이 차지한 비중은 약 45%다. 예일대의 같은 기간 연간 자금 수입은 48억1000만달러다. 이 대학도 자금 수입의 32.6%를 기부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다른 대학들도 기부금 없이 등록금만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기부금 중단 사태로 아이비리그 대학의 유대인 학생 비중도 주목받고 있다. 대학 입학 컨설팅 회사인 아이비코치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전체 학생의 약 10%, 브라운대학은 약 24%가 유대인이다. 코넬대도 21%에 달한다. 미국 내 유대인은 760만 명가량으로 전체 인구의 2.4%에 불과하다. 적은 인구에도 미국 지도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유대인 엄포에 꼬리 내린 대학들
다만 미국 내 유대인들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상당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스라엘에 있는 동포들이 전쟁의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미국 내 정치권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쳐서다. 특히 미국 내 진보 성향의 유대인들은 수년간 인종, 동성애, 낙태권 등에서 미국 좌파와 함께한 만큼 “(같은 진보 진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반응까지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현지에서 유대인을 소수 약자로 보는 시선을 찾긴 쉽지 않다. 반전 이슈를 내세우기보다 자금을 활용해 강압적으로 여론을 움직인다는 이유에서다. ‘리틀 버핏’으로 알려진 헤지펀드계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하버드대에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서명한 학생들의 명단을 요구했다. 이들을 채용하지 않기 위해서다. 다른 10여 개 기업 경영자들도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취업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대인 자산가의 강력한 대응에 일부 학생은 팔레스타인 지지를 철회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내 유대인의 입장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아니다. 갤럽 여론조사 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내 지지율이 이달 들어 11%포인트 급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갤럽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해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힌 여파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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