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여야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656조9000억원을 두고 앞으로 한 달간 심사를 벌인다. 철저한 심사를 통해 선심성 지출과 불요불급한 예산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걸러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예산안은 올해보다 2.8%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감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국회 심사에서도 건전재정을 위한 긴축 기조의 큰 틀은 흩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지출 증가를 마냥 피할 일도 아니다. 투자 활성화와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의 역할도 있다. 우려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민생으로 포장한 ‘퍼주기 매표’에 매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민생과 경제를 위한 대책 마련’을 예산 심사 원칙으로 제시하며 예산 증액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타령을 해 온 민주당은 연간 10조원 이상 재원이 필요한 월 40만원씩의 기초연금법, 매년 1조원 넘게 소요될 양곡관리법, 대학생 무이자 대출법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당에서도 “이대론 총선이 어렵다”며 취약층 관련 예산 증액 등 예산안 전면 재검토 얘기가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민원성 쪽지예산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큰 것도 우려된다. 쪽지예산 비중은 매년 예산 증가분에서 30~40%에 달할 정도다. 민원성 예산을 늘리느라 정작 필요한 다른 예산이 깎이는 부작용도 매년 일어나는 병폐다. 쪽지예산에 실명제를 도입하고 책임을 묻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툭하면 예산안과 다른 사안을 연계해 나라 살림을 정쟁의 볼모로 삼고, 예산조정소위원회 내 법적 근거도 없는 ‘소(小)소위’를 가동해 흥정과 담합, ‘나눠먹기 잔치’를 벌이는 행태도 없어져야 할 적폐다. 올해도 이런 구태를 되풀이할 거면 차라리 국회 심사를 건너뛰는 게 나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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