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회복을 돕고 기억·학습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의 타우린(아미노산) 농도가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입증됐다.
26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바이오화학분석팀 송영규·조지현·정재준 박사가 초고자장 7T 휴먼 MRI(이하 7T MRI)로 우울증을 보이는 젊은 여성 뇌의 해마에서 타우린의 농도가 현저히 감소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김형준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 박사, 손진훈 충남대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19~29세 여성 76명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 및 전문가 면접을 통해 분류된 우울증 질환자 실험군 36명과 일반인 대조군 40명을 비교해 나온 결과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약 2억6000만여 명에 이른다. 매년 80만여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우울증은 개인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유발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20대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체 우울증 환자 100만744명 중 20대 여성이 12만1534명(12.1%)으로 가장 많았고, 증가 속도도 5년 사이에 두 배 이상(110.7%) 폭증했다.
기존 MRI 연구에서는 주로 뇌의 가장자리인 대뇌피질 영역에 국한돼 신경대사체의 변화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으나 뇌 안쪽에 위치한 해마에서의 신경대사체와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 연구가 최초다.
연구팀은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질을 확인하고자 조사대상인 20대 여성의 전두엽, 후두엽, 해마 부위에 존재하는 타우린을 포함한 콜린, 크레아틴, 글루타민, 글루타메이트, 마이오-이노시톨, N-아세틸 아스파테이트 등 7개 신경대사체의 농도를 각각 측정해 비교했다. 높은 신호 감도와 고분해능을 얻을 수 있는 7T MRI를 이용, 해마에서 미세한 타우린의 신호 차이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우울증 실험군과 일반인 대조군의 해마에서 측정된 타우린의 평균 농도는 각각 0.91mM(몰), 1.13 mM로, 우울증이 있는 젊은 여성의 해마 속 타우린 농도가 일반인보다 약 20% 정도 낮다고 나타났다.
조지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해마 속 타우린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촉진시켜, 우울증의 발병 기전과 진단법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KBSI의 최첨단 연구장비를 활용해,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추적 관찰에 의한 타우린 농도 변화, 타우린의 인체 복용에 따른 우울증의 치료 효과에 대한 후속 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물정신의학회지(Biological Psychiatr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