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핼러윈 행사를 앞두고 서울시와 경찰, 소방청 등 관계 당국의 도심 골목길 안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고위험 지역을 사전에 지정하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사상 최대인 5000여 명의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작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첫 핼러윈 행사다 보니 ‘안전사고 발생만은 막아야 한다’며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정부·지자체, 안전관리 총력대응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27일부터 31일까지 4825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경찰의 경우 서울 이태원과 홍대 인근, 강남 지역 등 16곳에 일선 경찰서 인력과 경찰기동대 1260명을 배치한다. 특정 골목에서 일방통행 및 양방향 통행을 강제로 유도하는 등 동선 관리에 집중한다. 중요 범죄·대테러 예방을 위해 경찰특공대도 투입한다.서울 25개 자치구와 서울시는 각각 2341명과 84명을 현장에 상주시킬 예정이다. 안형준 서울시 재난안전예방과장은 “동선 안내뿐 아니라 상황실에서 CCTV를 보고 통제 방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역시 상황관리관을 파견하고 소방대원 1140명을 대거 투입한다. 이태원에는 구급차량 등 장비 11대와 73명의 구조사 등이 상주할 예정이다.
관계 부처는 마포, 용산, 강남 등지의 ‘16개 고밀도 위험 골목길’을 따로 정해 도심지를 관리할 예정이다. 밀집도에 따라 ‘심각’ ‘경계’ ‘주의’ 등 3단계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태원 골목 전부(5곳)와 마포구 김억삼포장마차 골목의 경우 ㎡당 사람 수가 5명을 넘어 고밀집 위험 골목길 중에서도 밀집도가 높은 ‘심각’ 등급으로 분류했다.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다음달 5일까지 경찰복 코스튬 판매 착용도 집중 단속한다. 지난해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향해 일부 시민이 핼러윈 복장을 한 참가자로 오인한 탓에 현장 수습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포털 중고거래사이트에서의 제복 판매도 단속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일방통행을 강제할 수 있고 방송조명차도 배치할 예정”이라며 “이태원보다 마포와 강남 쪽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통해 인파 관리 나선다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파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밀집도 사전 관리에 나선다.행안부는 인파 밀집 위험을 예측하기 위해 구축된 ‘인파관리시스템’ 시범사업을 27일부터 시작한다.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접속정보와 지역별 공간정보를 활용해 인파 밀집의 위험도를 예측해 열화상감지장치처럼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밀집 위험이 높아지면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전파되고, 경찰·소방에도 알려 출동하도록 한다. 이태원 참사에서 문제가 된 도로의 폭·경사도·길이와 같은 공간 특성과 지하철역·버스정류장 등의 접근성, 승하차 인원 등 교통 특성도 수치화해 밀집도를 보여준다.
지자체들도 예산을 투입해 각자의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핼러윈부터 홍대입구와 이태원 등 16곳에서 인파 밀집도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AI를 적용한 지능형 CCTV를 이용한다.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에서도 119 상황실로 송출되는 사고 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미러링 시스템을 갖췄다.
김영욱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이날 개최한 재난안전포럼에서 “길의 구조, 인근 상가의 용도, 방문객 특성 등을 반영해 예측하는 ‘예방’ 단계 대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섭/김대훈/최해련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