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국가 지정 시설에서 거주하도록 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두고 “만점짜리는 아니지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은 덮어주고 제도부터 만들면 된다는 인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하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지금처럼 방치할거냐, 대책을 세울거냐 중 대책을 세우기로 한 것”이라며 “국민들도 (이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시설을 만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당연히 부수되는 것이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를 앞세우면 논의 진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미국 제시카법처럼 (일정 거리 바깥으로) 추방하는 방식을 생각했지만 민주국가는 지역이나 빈부에 따른 치안 격차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며 “거주지를 지정해 국가 책임성을 높여 더 잘 관리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제시카법을 시행 중인 39개 주에선 12세 미만 아동 상대의 성범죄자가 학교와 공원으로부터 약 610m 이내 지역에서 거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국내에서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인구 밀집도와 교육시설 분포 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선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의 초·중·고교, 유치원, 어린이집만 해도 8000여 개(지난해 말 기준)로, 이들 간 평균 간격은 약 300m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이유로 법무부는 당초 검토했던 초·중·고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로부터 500m 이내 지역의 거주를 금지하는 방식 대신 특정지역에 고위험 성범죄자를 거주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 의원은 이날 질의 과정에서 “설마 이 법안을 던져놓고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몸을 빼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이에 “총선이 남아있으면 준비된 중요한 법안을 안 올리냐”고 반문하면서 “책임있게 행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욕을 먹거나 상처받을 수 있는 일이라도 최선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