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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이 물려준 선산, 오빠가 혼자 다 가지려고 해요" [더 머니이스트-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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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B와 혼인해 장남 C와 차남 D, 그리고 막내 딸 E를 낳았습니다. A에게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임야 3000평과 농지 400평이 있었습니다. 이 임야와 농지는 A의 조상 대대로 장자에게 물려준 재산이었죠. 임야에는 A의 증조부모, 조부모 및 부모의 분묘 총 6기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A는 사망하기 전에 이 부동산들을 장남인 C에게 물려준다는 취지의 공증유언을 했습니다. A가 사망하자 상속인들이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했습니다. 아내 B와 장남 C는 A의 유언에 따라 상속부동산을 모두 C가 물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생들인 D와 E는 공평하게 법정상속분대로 나누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A의 사망 당시 해당 부동산들의 시가는 임야 18억원, 농지 9억원 등 약 27억원이었습니다. 장남인 C는 A의 유지대로 해당 부동산을 지킬 수 있을까요?

C는 일단 공증유언에 기해 해당 부동산들을 자기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습니다. 자필유언과 달리 공증유언의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유언검인신청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상속인들에게는 유류분권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D와 E는 자신들의 유류분만큼의 지분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들의 법정상속분은 각각 9분의 2이기 때문에 유류분은 9분의 1씩입니다. 따라서 해당 부동산들에 대한 지분 9분의 1이나 가액 3억원을 유류분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금양임야와 묘토 등 제사용재산은 일반 상속재산과 달리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단독으로 승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1008조의3). 금양임야란 조상의 분묘를 수호하기 위한 목적의 임야로서 묘산 또는 종산이라고도 합니다. 묘토란 거기서 나오는 소득으로 제사나 분묘수호를 위한 비용에 충당하기 위한 농지로서 위토라고도 부릅니다.

민법에서는 금양임야로 허용되는 범위를 3000평, 묘토로 허용되는 범위를 600평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제사주재자라 하여 무한정 부동산을 단독 취득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임야나 농지의 가치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재산을 두고 분쟁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으나, 근래에는 토지개발에 따른 지가상승으로 인해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임야에는 C의 조상들의 분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C로서는 해당 임야에 대해 금양임야를 주장하고 그 주변에 있는 농지에 대해서는 묘토를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면적도 민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당 부동산 전체가 제사용재산으로서 제사주재자가 단독으로 상속받는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첫째는, 그 부동산이 제사용재산인지 여부입니다. 만약 그 임야나 논밭의 주변이 이미 완전히 개발돼 해당 임야나 논밭도 조만간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서 제사수호의 목적으로 사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부동산을 제사용재산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둘째는, D가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있는 자인지 여부입니다. 종래 대법원은 상속인 간에 협의가 되지 않으면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남녀구분 없이 최연장자녀가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했습니다(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에서는 D가 최연장자녀이기 때문에 제사주재자로서의 지위에 있음을 주장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한편 상증세법에서는 제사용재산을 비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제12조 3호). 따라서 만약 이 사건 부동산들이 금양임야와 묘토로 인정받는다면, 해당 재산의 상속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면제될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제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약해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장남 등 최연장자녀가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언젠가는 이러한 제도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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