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했던 중국동포(조선족)이 하나둘 떠나면서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초역세권 상권도 ‘공실 쓰나미’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독산·시흥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3.5%를 기록했다. 서울 평균 8.4%보다 15.1%포인트 높다. 역세권도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림역 사거리와 맞붙어 있는 건물의 3층은 1년 넘게 공실 상태다. 115㎡ 규모로 코로나19 직전의 절반 수준인 보증금 2000만원에 월 임대료 2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는 “2019년만 하더라도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350만원을 내고 사용하던 곳”이라며 “과거 시세를 생각하다 보니 공실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중국동포 밀집 지역인 경기 화성과 시흥, 안산의 상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날 방문한 시흥 정왕동의 ‘중국 동포타운’ 내 1㎞가 넘는 거리에서 공실이나 ‘임대’ 표시가 나붙은 상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어가 적힌 간판이 더 많은 이곳엔 오후 5시가 지나자 인근 시화공업단지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중국동포들로 붐볐다.
인력 시장도 활황이다. 정왕동 정왕시장 양옆으로 펼쳐진 1㎞가량의 거리엔 인력소개소만 30개 이상 늘어서 있었다. 이날 새벽 5시엔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러 온 중국동포 500~600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곳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는 주로 인근 시화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선 자동차 부품 회사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임금은 월 200만~250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경력을 쌓으면 월 350만~500만원까지도 벌 수 있다. 중국동포도 생산직 진출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인력파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39)는 “현대, LG 같은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생기는 데다 식당 아르바이트와 달리 무시당할 일도 적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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