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영국이 도입 9년 만에 은행원 보너스 상한제를 폐지한다. 보너스 상한 규정이 없는 미국 뉴욕 등과 경쟁해 세계 최고 금융허브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다.
영국 중앙은행과 금융행위감독청(FCA)은 24일(현지시간) “인센티브 보상 비율을 높여 보상 체계의 효율성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런 계획을 발표했다. 당국은 연봉 상한제를 내년에 폐지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앞당겨 오는 3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영국은 2014년부터 은행원 보너스를 연봉의 2배로 제한하고 있다. 은행원이 지나치게 많은 보너스를 받는 관행이 무분별한 상품 판매로 이어졌고, 이것이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지적에 따라 유럽연합(EU)이 취한 조치다. 당시에도 영국 은행들은 보너스 상한제 도입에 반대했다. 뉴욕, 싱가포르 등 경쟁 금융허브에 숙련된 은행원들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도 도입 이후에도 영국 금융가에서는 연봉 상한제가 고정급여를 높이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부 은행은 고정급으로 들어가는 ‘역할수당’ 명목으로 상한제를 우회해 높은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연봉 상한제 폐지론은 다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트러스 행정부는 감세안의 일환으로 이런 계획을 발표했다. 쿼지 콰텡 당시 영국 재무장관은 “이렇게 하면 글로벌 은행의 새로운 투자가 촉발되고, 더 많은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되며 파리, 프랑크푸르트, 뉴욕이 아닌 이곳 런던에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폴 노왁 영국노동조합총연맹(TUC) 사무총장은 “은행가들은 이미 엄청난 보너스를 받고 있다”며 “보수당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