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최근 3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2단계’ 수주 낭보를 전하면서 사우디와의 ‘반세기 건설 동행’이 주목받고 있다. 사우디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이 1976년 주바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중동 붐’을 일으킨 곳이다. 올해 사우디에서 현대건설이 참여한 신규 프로젝트 규모만 총 10조원에 달한다.2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행한 건설공사는 총 1600억달러가 넘는다. 이는 역대 해외 수주 누계(총 9540억달러)의 17%를 차지하는 규모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1973년 고속도로 건설공사 이후 50년간 국내 건설사의 전통 수주 텃밭으로 불렸다. 특히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만 총 170여 건, 약 28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맡았다.
현대건설은 1975년 해군기지 해상공사로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데 이어 이듬해인 1976년 ‘20세기 최대 역사’라고 불리는 주바일 산업항을 지었다. 이 공사는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가 주바일 지역에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건설은 광활한 사우디 사막에서 약 70개의 송·변전 프로젝트도 맡았다. 현대건설이 사우디 내 지은 송전선로 길이는 지구의 반을 두를 수 있는 2만㎞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1979년 얀부 천연액화공장 해상 정박장 공사를 시작으로 쿠라이스 가스 처리시설, 카란 가스 처리시설, 우스마니아 에탄 회수 처리시설 등을 지었다. 내년 마잔 오일 처리시설과 가스 처리공장 부대시설(28억달러)을 준공한다. 자푸라 1단계 공사도 2025년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수주한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진출 이후 사상 최대인 50억달러 규모다.
사우디 정부가 탈석유, 첨단기술, 친환경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핵심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작년 네옴시티 중 직선 도시 ‘더 라인’ 지역의 지하 터널 공사를 수주한 뒤 삼성물산, 그리스 아키로돈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우디 주요 발주처와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협력을 공고히 다졌다”며 “K건설의 중동 붐을 ‘포스트 오일’ 시대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