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반도체에 무어의 법칙이 있었던 것처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러닝 커브(Learning Curve)'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제임스 샘워스 슈로더 그린코트 파트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비용 절감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슈로더 그린코트는 영국 대형 자산운용사인 슈로더 운용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분야 자회사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약 90억 파운드(약 14조7786억원)를 운용하고 있다. 샘워스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만 14년간 몸담아온 전문가로, 현재 회사 자산 중 약 13억 파운드의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력 생산이 오히려 효율적"
그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비용 절감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인 숫자도 내세웠다. 샘워스 파트너는 "태양광 발전이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설치 용량이 2배가 될 때마다 단위당 가격이 22%씩 떨어졌다"며 "풍력 역시 설치 용량이 2배가 될 때마다 단위 가격이 15~16%씩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4년 전 처음 태양광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메가와트당 800만 유로의 비용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메가와트당 50만 유로로 1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샘워스 파트너는 "중요한 건 이 법칙에 의한 비용 절감의 속도가 여전하다는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로의 완전 전환이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하지만, 규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인식은 시간이 갈수록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현재 절반가량인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을 2035년까지 100%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샘워스 파트너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계획은 단순히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규제정책이 아닌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의미다.
샘워스 파트너는 "태양광, 풍력, 해상풍력 등 분야가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낼 투자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정치적 반발이 탄소 전환 투자 흐름 막지 못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자들이 리스크로 꼽는 요인은 정치적 원인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늦춰지는 것이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한축인 미국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지연실행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샘워스 파트너는 "트럼프 정부가 만약 들어선다면 강조하는 부분은 다를 수 있다 하더라도 큰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이미 통과됐고, 제조업계와 신재생업계는 이에 맞춰 이미 매우 큰 변화를 보인다"며 "공화당이 우세를 보이는 주들에서조차 이 법안만큼은 지지가 많아질 정도로 이미 정치적 이슈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서 에너지 전환에 대해 일부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게 나타나고 있는 데에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200년 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혁명만큼 큰 변화"라며 "사람들이 변화에 대해 놀라고 부정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특별히 예외적인 아웃라이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라며 "유럽에서도 수많은 기업이 에너지 전환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도 비슷한 단계를 밟았다"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명백해지고, 탈탄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해짐에 따라, 기업들도 스스로 빠르게 움직여 변화의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뒤늦게 규제리스크에 노출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샘워스 파트너는 "이제는 모든 기업과 펀드들이 탄소중립을 중심 의제로 놓고 투자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린수소 분야, 새로운 빅뱅"
샘워스 파트너는 태양광, 풍력 등 활발히 쓰이는 신재생에너지 수단 이외에도 특히 그린수소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문부호를 없앨 만큼 그린수소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줄 것"이라며 "2030년경에는 그린수소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린 수소는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를 뜻한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약 8000만톤의 수소가 생산되고 있지만 가스와 석탄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샘워스 파트너는 "다른 신재생에너지나 물을 통해 수소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며 "기술개발과 그린수소 생산시설 확보에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000조~9000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샘워스 파트너는 "그린 수소가 향후 신재생에너지 분야 성장을 주도 축이 될 것이란 의미"라며 "슈로더 그린코트 역시 그린수소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수소의 현실성과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갖는 시각에 대해서는 "약 10년 전 전기차나 태양광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현재는 경제성장의 중심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처럼, 그린 수소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샘워스 파트너는 "현재는 그린수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체 비중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며 "발 빠른 투자자들이 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초기 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그린수소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