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사람들은 부처의 가르침이 담겨 신비로운 힘이 깃들었다고 믿은 ‘다라니(陀羅尼)’를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다. 수많은 다라니 중에서도 최고로 친 건 ‘수구다라니(隨求陀羅尼)’다. 주문을 외우는 즉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몸에 지닐 뿐 아니라 불상의 복장에 넣거나 탑에 봉안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됐다.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의 바람을 담은 다라니가 처음 대중에 공개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특별전을 연다고 24일 발표했다. 경주 남산에서 출토된 다라니 두 점과 이를 담은 작은 상자까지 총 세 점을 내년 1월 28일까지 전시한다.
이번에 공개된 수구다라니는 국내에서 나온 가장 오래된 다라니로 추정된다. 박물관 측은 “지금까지는 고려와 조선시대 때 만든 다라니만 공개됐다”며 “통일신라시대 수구다라니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물은 1919년 조선총독부가 입수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해왔다. 처음 입수 당시 범자(고대 인도 문자)와 한자로 각각 적힌 두 점이 하나의 종이에 붙어 있는 형태였다. 2021년부터 보존 처리를 거쳐 두 점이 분리돼 원래 형태를 되찾았다.
범자로 적힌 수구다라니는 가로 30.3㎝, 세로 29.7㎝ 크기로 여러 번 접힌 흔적이 남아있다. 여러 조각으로 나뉜 종이 위로 문자가 적혀 있고 불교 의식에 쓰는 용구인 금강저를 든 금강신이 그려져 있다. 또 다른 수구다라니는 한자로 적혀 있다. 693년 한자로 옮겨진 불교 경전 <불설수구즉득대자재다나리신주경>에 따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수구다라니를 보관하던 경합(經盒)은 구리에 금을 도금한 상자다. 식물 장식인 보상화무늬와 불교의 호법신 신장(神將)이 새겨져 있다. 박물관 측은 “8~9세기 제작된 다른 통일신라 금동합과 제작 기법이 비슷해 이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