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미술, 음악, 문학 등 여러 영역에서 더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길 바랍니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수많은 창작물이 나올 때 비로소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에서도 인간과 AI, 미술과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진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진)는 24일 이 같은 경계 붕괴 현상에 대해 “AI라는 유용한 도구의 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데이터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고 거리감은 잘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방송국 PD로 일하다가 미술대학에 학사 편입해 미술 분야 전문성을 쌓은 융합적 경력을 갖고 있다. 미대 졸업 후 영국 왕립예술대(RCA)에서 석사 학위를, 옥스퍼드대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비예술가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며 “그동안 자신이 표현하고 싶던 것, 소통하고 싶던 것들에 훨씬 손쉬운 방법으로 도달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숟가락을 사용해 국을 떠먹을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냐”며 “다만 그 숟가락을 너무 사랑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적 측면에서 ‘이것만큼은 AI가 인간을 따라올 수 없다’고 할 수 있는 제1의 가치로 시적 함축성과 다의성을 꼽았다. 이 교수는 “학교에서 코딩이 아니라 시를 읽고 가르쳐야 하는 시대”라며 “시가 지닌 압축성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초월적 경험은 인간만이 가진 힘이며, 개인이 지닌 개별성과 독창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시대가 변하더라도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사람에 대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공감이야말로 불변하지 않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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