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 직원의 연차 사용률이 극도로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사용 연차휴가를 전액 금전 보상해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을)이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차 사용을 단 하루도 하지 않은 직원 비중이 2018년 9.8%, 2019년 16%, 2020년 29.9%, 2021년 29.5%, 2022년 25.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부여된 연차를 모두 소진한 직원은 2021년 1명(0.1%), 2022년 8명(0.6%)에 불과했다.
조폐공사 직원들의 연차 사용이 부진한 이유로는 노사 단체협약과 내부규정이 지목된다. 해당 규정은 공사 직원이 부여된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미사용 일수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고년차 직원들이 의도적으로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수백만원의 보상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A직원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75일의 연차가 부여됐지만 단 1일만 사용하고, 보상금으로 2103만원을 수령했다. B직원은 2021년과 2022년 부여된 연차를 단 하루도 사용하지 않고 1357만원을, C직원도 2019년과 2022년 1300만원을 수령했다.
조폐공사 연차보상금 집행액도 2018년 39억8000만원에서 2019년 40억4000만원, 2020년 42억4000만원, 2021년 45억5000만원, 2022년 49억8000만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수출입은행 등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공공기관의 연차보상액이 감소 추세에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연차 유급휴가 촉진을 위한 조치를 이행하고, 각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미사용 휴가에 대해 보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수출입은행이나 투자공사 등 타 공공기관에는 연차 사용 촉진을 위한 내부규정이 있지만, 조폐공사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의원은 "연차 유급휴가는 근로자 휴식권 보장과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부여되는 것"이라며 "금전적으로 보상 받기 위해 연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부여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조폐공사 노사는 연차 사용 촉진을 위한 내부 제도 개선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