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유성구(옛 충남 대덕군) 일대에 대덕 특구(옛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선 지 올해로 반세기가 지났다. 대덕 특구는 그동안 한국이 대외 원조 수혜국에서 지원 국가로, 가내 수공업 체제에서 중화학공업을 거쳐 지식경제 기반 사회로 발전하는 데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3년 대덕연구단지로 시작한 대덕 특구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첨단기술의 탄생지였다. 현재는 대덕·광주·대구·부산·전북에 분포한 5개의 대형 연구개발특구와 14개의 거점별 강소특구로 진보했다.
○대한민국 과학단지의 시작
24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대덕 특구의 전신인 대덕연구단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기술을 개발하려는 ‘과학 입국’을 명제로 출발했다. 한국형 국가 주도 연구시설이 처음 건설된 것은 1966년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소(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로, 이를 시작으로 정부출연연구원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서울 홍릉 부지가 협소해 다음으로 들어설 예정이던 국책 연구원들이 설립에 난항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73년 대규모 부지에 연구학원 도시를 표방하는 대덕 연구 학원도시 건설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당시 충남 대덕 일대 15㎢ 부지에 홍릉을 대신할 대규모 과학연구기관 집적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대덕연구단지가 시작됐다. 1978년 한국표준연구소를 시작으로 기관 입주가 진행됐다. 이후 한국선박연구소, 한국화학연구소, 한국핵연료개발공단 등 다양한 기관들이 대덕연구단지에 모였다. 현재 26개 정부출연연구원, 7개 교육기관 등 46개 연구기관으로 확대됐다. 대전에서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연구개발하고 있다.○혁신적 연구 성과로 국민 일상이 바뀌다
대덕 특구에 입주한 연구기관들은 화학, 생명과학과 같은 분야부터 기계, 에너지, 우주 등의 분야까지 다양한 특화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정보산업 분야에서 초고집적 반도체인 16M DRAM의 개발은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 국가로 이끌었다. 종합정보통신망의 초석이 된 전전자교환기(TDX-10)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은 대한민국의 휴대폰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게 한 기반이 됐다. 이들 기술은 국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들로, 대한민국 브랜드를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만드는 초석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자주국방의 시작을 알린 백곰 미사일, 원격 컬러사진전송시스템, 행정 전산망용 주전산기, 메커트로닉스 분야에서의 산업 자동화 등은 우리 산업현장의 생산력을 끌어올린 기반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재료 분야에서는 산업용 엔지니어링 세라믹, 니켈수소 전지 및 생체용 안구 수정체 등의 첨단 연구 성과가 나타났다. 대덕 특구 기술은 최근에도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를 해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속항원검사 체계를 확립해 진단키트를 개발하게 됐다.최근 누리호 실용위성 3차 발사 성공을 통해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도록 기여한 기술도 대덕 특구에서 개발됐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국가 연구기관의 기술력을 기업의 자본 및 경영 노하우와 결합시켜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생산하는 전진기지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