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3일 16: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키움증권의 신용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영풍제지 사태로 약 5000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3일 ‘영풍제지 주가 하한가 사태가 키움증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종목 관련한 고객 위탁 계좌에서 지난 20일까지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키움증권에서 미수거래를 위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5000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이 발생한 것이다. 키움증권의 영풍제지 미수거래 증거금률이 40%로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낮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미수금이 발생한 대부분 계좌가 영풍제지만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수금 관련 확정 손실 규모 및 실적 저하 여부 △리스크관리 및 내부통제 시스템의 체계화 여부 △평판 하락에 따른 영업 기반 훼손 가능성 등을 점검해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다.
손실 규모 및 실적저하와 관련해 나신평은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4943억원은 이 회사 지난해 당기순이익(4931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2023년 6월말 회사 자기자본(4조3000억원)의 11.4%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부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나신평은 “올해 상반기 위탁매매 점유율 상위 5개사(키움, 미래, 삼성, KB, NH) 중 나머지 4개사는 지난 2~5월 중 영풍제지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다”며 “그러나 키움증권은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 18일에야 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인상했다”고 말했다.
내부 리스크 관리 역량 부족이나 대규모 실적 저하 등 회사의 펀더멘탈(신용위험 악화)이 훼손됐는지 여부가 신용등급 조정의 판단 근거라는 게 나신평의 설명이다. 향후 금융당국의 조사과정에서 중대한 리스크 관리 미비점이 드러나거나 평판 저하 등으로 사업 안정성이 흔들리면 신용등급에 반영할 방침이다.
나신평은 “상반기 차액 결제계좌(CFD) 사태에 이어 대규모 비경상비용이 발생한 것이 올해 들어 두 번째”라며 “다른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증거금률을 인상한 점과 대비해 회사 리스크관리 역량 및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