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디리야 유적지를 찾아 사우디 측과 디리야 개발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디리야는 수도 리야드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지역에 있는 유적지로, 사우디 왕국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사우디 정부는 이곳에 약 200억달러(약 27조원)를 들여 최고급 빌라와 리조트, 커뮤니티센터, 병원, 쇼핑센터 등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디리야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건설, 호텔, 레스토랑 등 구체적인 협력 분야까지 언급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국내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특정 기업까지 지목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유적지에서 전통 복장을 한 사우디 군인들이 칼춤을 추는 ‘아르다’ 공연을 관람했다. 이어 방문자센터를 찾아 이 지역 및 사우디 왕국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사우디 측 인사들은 이곳에 설치된 30m 길이의 미디어월이 한국 기업이 만든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사우디 곳곳에 한국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물건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드 인제릴로 디리야개발청장은 “한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제2의 고향은 서울”이라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인 윤 대통령에게 브리핑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도 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디리야 유적지 방문은 문화행사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투자·개발 등 경제 일정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1일부터 사우디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국빈 방문의 품격에 맞춰 사우디 측은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윤 대통령을 맞았다. 공군 1호기가 사우디 영공에 진입하자 사우디 측 F-15 전투기 2대가 양옆을 호위 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사우디 측은 예포 21발을 발사했다. 바닥엔 보라색 카펫이 깔렸고 의장대도 도열했다. 22일 정상회담 공식 환영식 때는 윤 대통령 부부가 리야드 야마마궁 대정원에 도착하자마자 기마부대가 호위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영접을 받으며 레드카펫을 따라 의장대 사열을 한 뒤 궁 내부로 입장했다.
리야드=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