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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의 시각] 월급 40만원, 실업급여 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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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 편의점에서 하루 2시간씩 주 5일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A의 월 급여는 42만원이다. A가 7개월 남짓 일하고 그만두면 실업급여는 얼마나 받게 될까. 월 92만원씩 최소 4개월간 받는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루 3시간 이하를 일해도 4시간 일한 것으로 쳐주는 현행 실업급여 제도의 단면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 후폭풍이 거세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한 곳의 보궐선거 결과가 사실상 국정을 멈춰 세웠다. 야당은 민심이 실정을 심판했다며 의기양양하고, 여당은 내홍 수습에 제 코가 석 자다. 그러는 동안 정부는 정치권 눈치만 보고 있다.
제도 개선 공감대 높은 실업급여
고용노동부는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중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노동개혁 주무 부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5개월이다. 집권 초기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사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등을 겪으면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노사 법치주의를 궤도에 올려놓은 성과가 있다. 양대 노총 회계를 투명화하겠다는 조치도 긍정 여론을 업고 무리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 오고는 제도 개선은 한 발도 못 나가고 있다. 근로시간 개편이나 사업장 점거 금지, 대체근로 허용 등 이름도 그럴싸한 대형 이슈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문제점을 알고 있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고용보험, 구체적으로는 실업급여 이야기다.

물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정은 지난 6월 공청회를 열고 실업급여 제도 개선을 공언했으나 ‘시럽급여’니 ‘샤넬 선글라스’니 하는 설화를 겪으면서 그대로 멈춰 섰다. 실업급여 제도 개편은 그 필요성은 물론 정부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개혁 아이템이다. 실업급여만큼 그 부작용에 대한 개선 공감대가 큰 이슈도 없기 때문이다.
진짜 안전망 역할 하도록 해야
우선 지나치게 높은 하한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현행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다. 올해 기준 실직자의 실업급여는 최소 월 185만원이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최저임금(월 201만원)을 받았다면 세후 소득은 실업급여가 더 많다. 이런 수급자가 전체 수급자의 73%가 넘는다. 수급 자격 요건은 또 어떤가. 실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만 보험료를 납부하면 되기에 7~8개월 일하고 4개월은 실업급여와 함께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제도의 허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반복 수급자(5년간 3회 이상)가 이미 10만 명을 넘었다. 이런 배경에는 실업급여 신청만 하면 수급 자격을 인정(2022년 수급 자격 인정률 99.6%)하는 행정시스템 미비도 한몫하고 있다.

엉뚱하게 쓰이는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올해 실업급여 사업 예산은 총 13조7000억원, 이 가운데 2조1000억원(15.3%)은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사업에 쓰인다. 갑작스러운 실직에 대비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모아둔 돈을 왜 육아휴직 지원금으로 쓰는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고용보험, 말 그대로 보험이다.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아 구직 의욕을 꺾고,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갈 혜택을 빼먹는 ‘준보험사기’를 양산하는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정쟁 대상도 아니다. 실업급여가 진짜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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