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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의해 전면 봉쇄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일시 반입됐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미국인 인질 2명을 석방한 지 몇시간 만에 이뤄진 인도적 타결이다.
하마스가 수백 명의 이스라엘 측 인질을 억류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중동과 서방 양측은 향후에도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 구호품 공급'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은 또 이란과 헤즈볼라(레바논 무장단체) 등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본격 개입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시작하고, 병력 증파 준비에 나섰다.
◆하루 100대 트럭 필요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가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품을 실은 트럭 20여대를 통과시키기 위해 21일(현지시간) 일시 개방됐다 다시 닫혔다.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통로 가운데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유일한 지점이다. 이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보복 공습을 이어간 이래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반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파 통행로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구호품을 받을 수 있는 '생명줄'로 여겨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인해 가자지구 내에서 물과 식량, 의약품, 연료가 바닥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라파 검문소 앞에는 세계 각국과 국제단체에서 보낸 구호품을 실은 트럭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전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1차 구호품 반입에 조건부로 합의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22일 2차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들어갈 수도 있다"며 추가 개방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트럭 20대분의 구호품은 가자 주민이 필요한 물량에 못 미친다"면서 "훨씬 더 많은 구호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엔은 가자지구 내 최소 수요를 맞추려면 매일 100대의 구호품 트럭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피스 차장은 "중요한 것은 구호품에 (하마스가 악용할 수 있는) 무기 등이 반입되지 않도록 선별 검사하는 시스템에 대해 이스라엘과 합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 전쟁 개입 시사
양측의 인질 관련 협상도 계속되고 있다. 하마스는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인 모녀 2명을 풀어줬다. 이후 하마스는 이날 "인질을 추가로 석방하려고 했지만 이스라엘이 인도받기를 거부했다"며 "이를 (하마스 억류 인질 문제에 관해 중재자 역할을 하는) 카타르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의 거짓 선전전"이라고 일축하며 "우리는 납치되고 실종된 모든 사람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모든 방법을 계속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감행한 이후 최소 210명을 인질로 끌고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다수는 부상자나 각종 질환자, 노약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이 "헤즈볼라는 이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심에 있다"며 이스라엘과 산발적 교전을 늘리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란과 중동 지역에서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헤즈볼라 등)에 의한 최근 긴장 고조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상세한 논의를 거쳐 지역내 국방부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지 미군 보호를 위해 중동에 1개 사드 포대 배치와 패트리어트 대대들의 추가 배치를 시작했다는 성명이다.
또한 이미 동지중해에서 작전 중인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호 전단에 더해 또 다른 핵추진 항모인 드와이트아이젠하워호 전단을 이스라엘 부근에 배치한다는 결정도 재확인했다. 미국이 이처럼 중동에 무력 투입을 늘리는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개입에 의한 확전을 보다 강하게 억제하는 동시에 최근 잇따르고 있는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무인기 공격 등에 경각심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 및 국제 연합군이 주둔해 있는 이라크 서부 아인 알아사드 공군 기지에는 지난 18일부터 드론과 로켓 공격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