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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 vs 노무사…'단체교섭 대리' 영역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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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가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을 대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노무사와 행정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자격 취득자 급증으로 법조 인접 직역 간 ‘영토 다툼’이 심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무사회, 행정사회 명예 훼손해”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행정사회는 한국공인노무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한행정사회 업역수호위원회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행정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한다”며 “노무사회는 무분별한 고소·고발, 입법 로비를 즉시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양측의 갈등에 불이 붙은 것은 지난해 12월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때문이다. 경기 광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수당과 휴게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어린이집 원장이 노조와의 교섭에 행정사 A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는데, 이 행정사가 노조 측에 고성을 지르고 막말을 하면서 협약이 결렬됐다.

한국공인노무사회는 교사의 제보를 받아 A씨를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행정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단체교섭을 대리하는 것은 공인노무사법상 ‘노동관계 법령 서류에 대한 확인’이나 ‘노무관리 진단’에 해당하는 노무사 고유의 업무로, 노무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노사관계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행정사가 교섭 대리를 맡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8월 이 행정사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노동조합법에서 “사용자로부터 교섭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위임 범위 안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결정에 노무사회는 “노조법의 취지는 교섭대리를 무한대로 위임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며 “그런 해석이면 노동법을 아예 모르는 일반인이나 노조 파괴를 일삼아 노무사 자격이 박탈됐던 사람도 교섭 대리가 가능해진다”고 반발했다.

노무사와 행정사의 갈등은 수년간 계속돼 왔다. 지난해에도 양측은 ‘노무사가 아닌 자의 노무 업무 수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노무사회는 요양급여 신청이나 퇴직금 관련 공문 작성 등 노무 업무를 수행한 행정사들을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여러 번 고발하기도 했다.
○행정사 몸집 커지면서 직역 갈등 심화
행정사 측은 매년 급증하는 인원을 앞세워 노무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행 행정사 자격시험에서는 경력직 공무원 등에게 시험을 일부 면제하는 혜택을 주고 있어 매년 만 명 단위의 면제자가 행정사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회의 시험을 시행하는 동안 무려 41만3000여 명의 합격자가 배출됐다. 매년 300명 내외로 뽑는 공인노무사는 5936명이다.

직역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제출하고 행정기관에 인허가를 위한 신청 등을 대리할 수 있다. 노무사 역시 노동 관련 법령에 대한 서류를 작성하고 관계 기관에 신청 등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동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번번이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형근 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는 자격사를 제한적인 인원만 배출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직역에서 많은 합격자가 나온다”며 “생존 경쟁이 심화하면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마찰”이라고 진단했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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