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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의료데이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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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의료데이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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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의료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환자가 자신의 건강기록에 접근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고 하겠지만, 병원 의료데이터가 ‘환자 소유’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최근 일이다.

지난 3월 개인정보보호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정부가 수년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온 ‘마이헬스웨이’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또 의료데이터 공유에는 보수적으로 대응해왔던 대형병원들이 자체 병원 앱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덕분에 병원 전유물로 여겨졌던 의료데이터에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정부의 마이데이터 사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해보고 싶어 대형병원의 모바일 앱과 보건복지부의 ‘나의 건강기록 앱’을 필자도 최근 스마트폰에 깔았다. 병원 앱은 무엇보다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는 데 유용한 도구였다. 앱을 통해 손쉽게 진료 예약이나 변경을 할 수 있었고, 병원비 결제 하이패스 시스템에 등록하면 원무과 대기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의료데이터 접근이 가능해져 ‘건강정보 소유’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혈액 및 요 검사는 백혈구, 혈소판, 혈색소, 칼슘, 소디움 등 상세한 수치를 검사 당일 신속하게 얻을 수 있었다. ‘30분 대기, 3분 진료’의 의료 현실에서 의사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던 복용약 함량 변경 처방의 이유도 갑상샘 자극 호르몬 수치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쉽게도 진단 내역만 공개되고, 선진국에선 이미 환자에게 공유되는 ‘진료기록’에 대한 접근은 가능하지 않았다.

정부의 마이헬스웨이 플랫폼 구축 사업인 나의 건강기록 앱을 통해선 병·의원, 대학병원, 보건소, 검진센터, 나아가 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청 등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는 모든 의료데이터를 두루 파악할 수 있었다. 의외의 수확도 했다. 올여름 검진센터의 지질 검사 결과 갑자기 심각한 고지혈증으로 판정돼 놀랐으나, 대형병원 검사 수치와 비교해보니 검진센터 검사가 오류였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분절된 형태의 건강 정보들이라 일반인이 해석하기엔 쉽지 않고 추가 공개가 필요한 항목도 많지만, 현재 구축된 앱만으로도 본인 건강 정보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어 하는 국민에게는 확실히 훌륭한 도구 같다. 보험사와 기업을 중심으로 의료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마이헬스웨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출발점은 국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가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의료데이터 앱으로 더욱 진화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또 환자 중심의 시대, 더 많은 환자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능력을 키워 의료데이터의 주인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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