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기온이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때 이른 추위가 시작되자 일부 농산물 작황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 서리가 내려 출하 물량이 급감하고 제대로 난방을 하지 못해 생장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이들 작물의 도매가격이 상승했다. 날이 추워질수록 생산자의 난방비 부담은 커지기 때문에 산지에서는 “올겨울에도 난방비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도매시장에서 국산 풋고추는 전주 대비 24.7% 상승한 ㎏당 4990원에 거래됐다. 평년(2768원)보다 80.2% 급등한 가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풋고추 소매 가격(100g)은 작년보다 42.7% 비싼 1849원이다.
여기엔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 주요 산지인 경남의 밤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농가에서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A대형마트 채소담당 바이어는 “생산자들이 난방비 부담으로 하우스 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풋고추 생장이 지연됐다”며 “풋고추 농가 중 청양고추와 오이맛고추로 작물을 전환한 사례가 있어 전체 풋고추 생산량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테란에 따르면 10월 1~19일 풋고추 도매시장 거래량은 3399t으로 평년 10월(7727t)의 절반 수준이다. 10월 말까지 열흘가량 남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격차는 크다.
토마토도 추운 날씨에 출하 물량이 급감해 가격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비싸졌다. 강원도에서 남부지방으로 산지가 전환되는 시점에 강원지역에 서리가 내려 출하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남부지방에서도 토마토가 더디게 자라 거의 출하되지 않는 실정이다. 토마토 도매가격은 ㎏당 7241원으로 1년 전보다 121.1% 급등했다. 방울토마토는 한 달 사이에 21.3% 올랐다.
B대형마트 채소담당 바이어는 “주산지 이동 시기에 공백기 물량을 채우던 전북 장수군, 경남 합천군 산지마저 여름철 고온과 폭우로 평년 대비 출하 물량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작황이 정상화하기까지 2~3주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여름 고온과 폭우가 반복된 여파로 대파와 쪽파는 아직 가격이 오름세다. 대파 주산지인 전남 신안군에서는 불규칙한 날씨로 작물이 잘 자라지 못했고 쪽파 주산지인 충남 서산시와 아산시 등에서는 여름철에 밭 침수 피해를 봤다.
정식(모종을 밭에 심는 작업) 시기인 9월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정식이 늦어져 출하 물량도 감소했다. aT에 따르면 대파 1㎏은 소매시장에서 한 달 전보다 25.5% 오른 4054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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