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재건축 최대 격전지인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사진)의 시공사 선정 과정이 전면 중단됐다. 서울시가 “조합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 위법 사항이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여의도 16개 재건축 예정 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빨라 기대가 컸던 만큼 주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지난 1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전체 회의’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당초 KB부동산신탁은 오는 29일 총회를 열고 이날부터는 부재자 투표를 할 계획이었다.
시공사 선정을 열흘 앞두고 갑작스럽게 일정을 중단한 건 서울시의 시정 조치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당초 KB부동산신탁은 지침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향후 서울시 후속 조치를 우려해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고발, 수사 의뢰 등을 진행하면 사업이 장기간 늦춰질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앞서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의 권한이 없는 부지인 상가 부지를 사업 면적에 포함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 업무 처리 기준’ 등을 위반한 만큼 시정하지 않으면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KB부동산신탁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서울시에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고, 이에 따라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절차 중단을 권고했다”며 “이를 받아들이고 관련 법령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전체 회의 소집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1호 재건축’ 사업지로 속도전을 원한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지연되면 그만큼 사업이 늦어져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 설계 문제처럼 용적률을 어긴 것도 아닌데 선정 절차까지 멈춘 건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양아파트 내 상가를 보유한 롯데마트는 KB부동산신탁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사업시행자 선정 당시 협의 요청이 들어오지 않아 구역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재건축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과 롯데마트의 협의가 완료돼 사업시행자 지정과 정비계획 입안 제안에 동의를 받아 정비계획이 확정된 뒤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박진우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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