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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식 확장' 집착한 카카오…계열사 '통제불능' 불렀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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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창사 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사법 리스크가 더해졌다. 수익성도 나날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식 확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인자 이어 창업자까지 흔들
20일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58% 떨어진 3만9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 주가가 3만원대로 하락한 것은 액면분할 전인 2020년 5월 4일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이날 카카오 주가가 급락한 것은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출석을 통보한 여파다. 전날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관련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김 창업자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됐다.

배 CIO는 그룹 전체 투자와 포트폴리오 관리를 총괄해 온 카카오의 2인자다. 금감원은 김 창업자가 배 CIO 등 시세 조종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는 실무자들로부터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배 CIO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예외 없이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은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최대 약점으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꼽는다.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경영진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그룹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1년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자진해서 사퇴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지난해 다시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한 게 대표적이다. ‘경영진 먹튀’로 내려간 주가를 회복하겠다던 남궁훈 전 대표는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사태로 물러나면서 스톡옵션을 행사해 94억3200만원의 차익을 챙겨 논란이 됐다. 지난달에는 카카오 재무그룹장(부사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이런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카카오 주가는 출렁였다. 특히 류 전 대표 등 임원 8명의 스톡옵션 먹튀로 깨진 10만원대 주가는 2년여 가까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사업모델 한계…구멍 숭숭
계열사 수를 늘려놓고 통합엔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총 211개(국내 146개)다. 1년 전(187개)보다 더 늘었다. 10년 전인 2013년 국내 계열사는 16개였다. 카카오는 2017년 ‘카카오 공동체 컨센서스센터’라는 이름의 컨트롤타워를 구성했지만, 이렇다 할 힘이 없다. 계열사 투자 의견 등에 김 창업자(당시 의장)가 반대해도 각 계열사에선 참고만 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좋게 말하면 계열사 자율성이 높은 것이지만 사실상 카카오라는 브랜드만 공유한 정도”라고 말했다.

카카오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전략을 짜는 역할이 비어 있다 보니 계열사 간 유기적 협업도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땐 수습이 더뎠던 것도 ‘대응 전략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 본체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은 5.6%다. 이 회사는 2020년만 해도 매 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현실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며 “시총 3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2021년 전성기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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