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0일 11: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20일 1조원 규모의 HMM 영구전환사채(CB) 및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한다. 2억주가 신규 발행되면 HMM의 전체 발행 주식 수는 기존 대비 약 40% 급증한다. 예정된 수순이지만 지분가치 희석이 현실화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이날 4000억원 규모의 영구CB와 6000억원 규모의 영구BW의 주식 전환을 단행할 예정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주식전환청구권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 HMM 주식 2억주가 신규 발행된다.
앞서 HMM은 지난달 22일 1조원 규모의 영구채에 대해 중도상환을 청구했다. 2018년 10월 25일 발행한 이 영구채의 금리는 지금까지 3%였지만 오는 25일부터 6%로 오른다. HMM이 조기 상환을 택한 이유다.
하지만 원리금 상환을 받아줄 지, 채권을 주식을 전환할 지에 대한 선택권은 산은과 해진공에 있다. 산은과 해진공은 이미 지난 7월 HMM 매각 공고를 할 때 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함께 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기준 HMM 전체 발행주식 수는 4억8903만9496주다. 신규 발행되는 2억주는 기존 전체 발행주식 수의 40.9%에 달한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으로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은 40.6%에서 57.9%로 늘어난다. 산은과 해진공은 기존 보유 주식과 영구채 주식 전환분을 포함해 모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HMM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식의 가치는 희석되고, 주당순이익(EPS) 등의 수치가 감소해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지난 7월 1조원 규모의 영구채에 대해 주식 전환 계획을 밝힌 이후 주식 가치 희석 우려로 인해 HMM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왔다. 영구채 주식 전환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난 7월 20일 2만300원에 거래를 마친 HMM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1만4560원으로 세달 만에 28.3% 떨어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남은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CB·BW도 원칙적으로는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주식으로 전환해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데 원리금 상환을 받아주는 건 배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내후년까지 남은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 발행 주식수는 10억주를 넘어간다. 그 만큼 주식 가치는 더 희석된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이 현실화되면서 주가가 하락하면 HMM 인수 후보군들 입장에선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 HMM이 상장사인 만큼 인수 가격을 산정할 때 주가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각 초 8조원까지 거론되던 HMM의 경영권 지분 가치가 최근 5~6조원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