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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2인자의 구속…김범수·SM엔터로 칼날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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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0월 19일 14: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법원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사장)의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카카오의 투자 활동과 자회사 관리를 총괄하는 2인자가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배 대표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등 주요 임원 3인은 연 초 카카오의 SM엔터 인수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시세를 조종했단 혐의를 받았다.

법원이 "확보된 증거로 객관적 사실 관계는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하며 검찰·금감원 등 금융당국과 카카오간 1라운드에선 당국에 힘이 실리게 됐다.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메일 메신저 증거 쏟아져…법원, 원아시아 공모 상당수 인정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수사를 시작한 시점부터 하이브의 공개매수기간 SM엔터 주식을 대거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린 PEF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카카오간 유착 여부를 중점 수사해왔다. 하이브는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공개매수 기간이던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원아시아파트너스측 펀드인 하바나1호가 특수목적회사(SPC)인 헬리오스제1호 유한회사에 출자해 SM엔터 발행 주식 총수 2.9%에 달하는 주식을 대량 매집했다. 이로 인해 주가가 폭등하면서 결국 하이브는 공개 매수에 실패했다.

이 날 새벽까지 이어진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금감원은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 주요 임원진의 메신저 내역과 사내 이메일 등 다수의 증거를 확보해 증거 능력을 상당수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카오 측에 일부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대형 로펌인 율촌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문서와 이메일 등도 증거로 제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와 원아시아간 유착은 2022년 8월 양 측의 밀월 관계를 다룬 마켓인사이트 기사로 처음 수면위에 오른 바 있다. 카카오의 오랜 골칫거리 계열사인 그레이고를 원아시아가 인수하고, 반대급부로 카카오엔터가 원아시아가 보유 중인 드라마 제작사 아크미디어에 출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PEF 업계에서 신생 PEF에 불과했던 원아시아는 배 대표와 배 대표가 과거 CJ그룹 미래전략실 소속이던 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김태영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장과의 인연으로 카카오의 주요 거래에 경쟁 입찰 없이도 빈번히 이름을 올려왔다. 배 대표와 함께 기소된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도 원아시아로 매각 이전까지 그레이고 대표를 지냈다.

카카오 측은 "원아시아의 지분 매수는 회사와 관계없는 별개의 건"이란 입장을 밝혀왔지만, 법원은 "객관적 사실관계는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며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원아시아 측의 대량 지분 매입이 배 대표와 공모 아래 이뤄졌고, 이를 고려할 때 사실상 카카오와 원아시아를 하나의 인수주체로 보아 5%룰 위반을 주장해온 수사 당국의 입장을 법원이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범수 창업자 재조사·SM엔터 및 얼라인파트너스로 확대되나
핵심 임원의 구속으로 수사에 힘이 실리며 여진이 어디까지 번질 지 여부도 변수로 남았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와 SM엔터의 현 경영진 및 얼라인파트너스, 원아시아가 지분을 매집한 펀드의 자금원인 고려아연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강 수사를 통해 범행의 동기와 세부 과정들을 추가하면서 더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 지, SM엔터의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와 교감이 있었는 지 등 SM엔터 인수 과정을 둘러싼 전체 과정으로 범위가 넓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김범수 창업자의 사무실도 한차례 압수수색했지만 이번 구속영장에선 제외됐다. 배 사장 등으로부터 시세 조종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보고받았는지 유무가 쟁점이었지만, 투자심의위원회 등이 문서 없이 구두로 진행돼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는 23일 김 창업자를 추가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구속된 배 사장의 추가 진술 유무에 따라 수사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회장과 김태영 사장 등의 기소 여부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펀드에 자금을 지원한 고려아연으로 수사가 넓혀질 지 여부도 관심사다. 특히 공개매수 기간 동안 자사주 매입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시세 조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SM엔터 경영진의 조사 가능성도 언급된다. SM엔터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얼라인파트너스와 배 대표 등 카카오 임원간 사전 협의 여부 등도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유의 2인자 공백 카카오…금융사 대주주 적격 위험 우려도
배 대표는 올해 8월부터 카카오 공동체(그룹) 전체의 전략을 수립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직인 CA협의체 수장을 맡아왔다. 그룹 전체의 투자와 포트폴리오 관리를 총괄해온 그룹의 사실상 2인자 역할을 맡은 지 두 달여만에 불미스런 사태로 공백을 맞는 초유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임원들의 불법행위가 법인인 카카오의 법 위반 문제로 번지게되면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카카오뱅크 등 금융업에서 철수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등기임원인 배 대표의 기소 단계에서 SM엔터 지분 매입 주체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함께 기소돼 자본시장법 위반이 확정된다면 최악의 경우 카카오는 금융 계열사 대주주 요건을 상실하게 된다.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에 카카오뱅크 지분 10% 이상 보유분에 대해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과거 2011년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으로 벌금 250억원의 형사처벌이 확정되자,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린 전례도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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