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전 한국에 처음 상륙한 ‘디즈니스토어’에 총 10만 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대부분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보단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부터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가야만 살 수 있었던 디즈니 공식 굿즈를 한국에서도 살 수 있게 되면서 디즈니 성인 팬덤이 몰린 결과다.
○하루 1만 명 넘게 찾기도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경기 성남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디즈니스토어의 월평균 매출은 6억원대를 나타냈다. 객단가(1인당 구매금액)가 5만원 수준인 캐릭터 지식재산권(IP) 활용 굿즈 판매만으로 이룬 매출로는 이례적인 수준이란 게 현대백화점 측의 판단이다. 이는 현대백화점의 다른 캐릭터 브랜드 단일 매장 평균 매출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디즈니스토어는 백화점으로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앵커 테넌트’(핵심 점포)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판교점에 있는 1호점은 주중 평균 500여 명, 주말 평균 2000여 명, 월평균 3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디즈니스토어의 힘을 확인한 현대백화점은 이미 줄출점 계획을 잡아뒀다. 지난 18일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에 553㎡ 규모의 디즈니스토어 3호점(사진)을 열었다. 1호점(264㎡)과 2호점(222㎡)에 비해 두 배 이상 큰 최대 매장이다. 오는 26일엔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4호점을 연다.
○글로벌 트렌드와 상반
현대백화점은 내년까지 총 10개의 디즈니스토어를 열 방침이다.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며 세계 각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있는 디즈니가 한국에서는 상반된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디즈니는 한때 세계 50여 개국에서 1440개에 달하는 디즈니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을 계기로 구조조정에 나서 지금은 300여 개로 축소했다.
한국은 디즈니스토어의 이런 전략과 반대로 가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는 “디즈니스토어를 대표 IP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현대백화점의 끈질긴 구애에 디즈니가 고개를 끄덕인 결과다. 현대백화점은 디즈니스토어 도입을 위해 2년간 디즈니 측과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 측은 한국에 공식 매장을 열기 위해 전 세계에 적용될 별도의 매뉴얼까지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MZ가 더 열광”
현대백화점이 디즈니를 핵심 IP 사업 파트너로 점찍은 건 MZ세대 모객 효과가 커서다. 더현대 서울의 대성공 등을 계기로 핵심 타깃으로 부상한 2030세대를 사로잡는 데 국내 유일의 디즈니 공식 굿즈 매장이 효과를 볼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판단은 적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즈니스토어 판교 1호점에서 구매한 소비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71.0%에 달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굿즈가 너무 커 해외 디즈니스토어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지 못한 국내 디즈니 마니아들이 한국의 공식 매장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