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이 동네가게 운영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18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경·삼정KPMG 디지털금융 포럼 2023’ 기조 강연자로 나서 “AI 시대 동네가게는 기업과 일반 소비자보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혜택을 적게 받을 위협에 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삼정KPMG가 2020년 창설해 올해 3회째를 맞은 이 포럼에선 ‘AI 시대의 디지털금융’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를 통해 “웹툰산업처럼 AI가 이미 현실적인 위협으로 인식되는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동시에 한국이 디지털 강국으로서 이 기회에 세계 금융시장 디지털 부문을 선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다면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했다.
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한국의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도 매우 중요하다”며 “금융권의 AI 도입과 운영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AI 활용 관련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금융회사가 책임 있는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데이터로 단골 정보도 분석
김 대표는 기조연설을 시작하면서 동네가게를 창업해 기업화에 성공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최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자영업자의 멘토’로 불리는 백 대표에게 “한신포차의 단골이 몇%가 되느냐”고 물었다면서 “평소 자영업자에게 단골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백 대표지만, 특정 매장의 단골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한국신용데이터는 동네가게 운영 관리 솔루션인 캐시노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김 대표는 “동네가게의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하면 재방문율과 단골 비중을 확인할 수 있다”며 “데이터로 비즈니스 콘텍스트(사업 맥락)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리고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적절한 방안까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캐시노트를 포함해 한국신용데이터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자는 2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사업자는 매년 541조원 규모의 거래를 일으키고 있다. 대출 90조원, 재료 구입 등 기업 간 거래(B2B) 186조원, 소비자 판매 254조원 등이다. 김 대표는 “캐시노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네가게만 따져도 연간 500조원 이상 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동네가게는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 주목도가 덜하지만, 국가 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내 최대 신용카드 회사 연간 신용판매 금액의 세 배 수준”이라며 “데이터 규모뿐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AI는 금융 혁신 가속화 수단”
참석자들은 AI시대 금융시장에서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동근 삼정KPMG 전무는 “금융산업에서 데이터가 우선 중요하고 AI가 의사결정을 하는 게 공통점이 될 것”이라며 “(AI와 데이터를 융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기존 사업의 매출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AI의 전체인 것처럼 호도되는 면도 있다”며 “AI는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는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근 은행과 보험사가 생성형 AI를 기업 운영에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는 게 이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AI를 통해 내부통제 모니터링이 용이해졌다”며 “이상 거래 알고리즘을 강화·발전시키면 선제 대응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고객의 페인포인트(불편사항)를 빠르게 찾고 본질적인 원인을 개선하는 데에도 AI 활용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개인정보의 편향성, 정보 보안 등 AI의 리스크도 많다”며 “특히 생성형 AI가 얹혀지면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에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AI 기술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적용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미현/이소현/최한종 기자 mwise@hankyung.com